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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빅딜 정면돌파' 나섰지만…'플랜B' 필요한 상황


입력 2020.11.22 06:00 수정 2020.11.22 05:34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KCGI 반발 잠재울 묘안 필요…가처분 인용하면 통합위기

"통합 후 구조조정 없다"는 무모한 약속에 신뢰도 무너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답변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산업은행이 대한한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의 거센 반발을 뚫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장 KCGI가 제기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이 항공사 빅딜 추진의 첫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5일 법원이 KCGI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인용 여부를 판단한다. 산업은행은 법원이 KCGI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통합이 무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입장이다. 당장 산업은행은 법원이 판단한 결과에 따라 '플랜B'를 마련해둬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이번 빅딜안을 준비하면서 소송 인용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법원의 가처분 인용시 본건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차선의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는데 매각이 무산된다면 기존 계획대로 채권단 관리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항공사 빅딜이 무산될 경우 정책자금 투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현재 양대 국적항공사 체제로 정상화를 추진할 경우 2021년 약 4조8000억원, 2027년 말까지는 6000억원이 추가돼 총 5조4000억원에 달하는 정책자금의 추가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책자금의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양사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게 산업은행의 입장이다.


이동걸 회장이 지난 19일 직접 브리핑을 자청해 이번 빅딜을 둘러싼 KCGI의 반발과 여론의 오해에 대해 해명했지만, 여전히 외부의 저항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통합 후 구조조정은 없다는 '무모한 약속'으로 신뢰도까지 까먹었다. 시장에선 인력 구조조정 없이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두 항공사의 통합을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 회장은 거듭 "약속을 믿어달라"고 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혈세로 재벌총수를 돕는다는 특혜 시비와 관련해서도 "경영권 분쟁을 이유로 중차대한 업무를 방기하는 것은 국책은행으로서 책임회피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딜'을 진행했다"면서 "산은은 경영평가를 통해 경영 성과가 미흡하면 담보를 처분하고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등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부여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KCGI는 이번 빅딜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와 발언을 연일 내놓는데 이어 한진칼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KCGI는 이사회가 임시 주총을 거부할 경우, 법원에 임시 주총 소집 허가 가처분 신청 등을 신청할 계획이다.


KCGI는 주총을 열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바람직한 것인지 일반 주주들의 의견을 묻고,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경영진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KCGI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지원을 위해 산은이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조원태 회장 구하기'로 규정하고 주주들에게 동의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KCGI 주주연합 측은 지난 18일 산업은행을 상대로 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이번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무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차선책에 대해 내놓지 않고 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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