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이영하 대신 이승진으로 경기 매조지
김태형 감독 "이승진의 공이 더 좋아 기용 결정"
마무리 투수를 교체한 두산 김태형 감독의 뚝심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두산은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의 ‘2020 KBO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7-6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1승 1패 상황서 3차전을 가져간 두산은 남은 2경기를 쓸어담을 경우 대망의 우승에 도달하게 된다.
양 팀 선발 투수들이 일찌감치 무너진 가운데 초반부터 타격전 양상으로 흘렀고 경기 중반부터는 양 팀이 자랑하는 불펜 투수들이 연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8회 이승진을 올린 뒤 9회에도 계속 등판시키는 승부수를 띄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승진은 이날 1.1이닝동안 6명의 타자들을 상대하며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생애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따냈다.
불펜에는 기존 마무리 이영하가 대기 중이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끝내 이영하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영하는 이틀 전 열린 2차전서 0.1이닝 4피안타 3실점하며 실망스러운 모습이었고, 급기야 경기 역시 마무리 짓지 못한 채 강판됐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른 두산은 불펜투수들이 연이은 등판에 지칠 만한 상황이다. 게다가 마무리라는 중책은 부담과 체력 소모가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리즈 기간, 마무리라는 핵심 포지션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김태형 감독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이승진에게 그 역할을 부여했다.
올 시즌 SK에서 트레이드된 이승진은 2군서 기량을 갈고 닦은 뒤 시즌 막판인 9월 중순부터 1군에 올라와 경험을 쌓고 있다. 시속 150km에 이르는 강속구는 구속 이상의 구위를 뽐내며 NC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 역시 이승진을 기용한 자신의 결정에 매우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김 감독은 3차전이 끝난 뒤 “이승진의 공이 좋았다. 이영하가 1점 차 상황에서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 승진이에게 맡겼는데 잘해줬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물론 이승진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임시 마무리다. 하지만 이영하가 하루 더 휴식을 취한데다 부담까지 덜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기에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는 향후 시리즈에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