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본입찰 진행...두산 7거래일 간 12%↑
“내년 중 배당 재개 전망...두산밥캣도 늘릴 가능성 있어”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마무리 단계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두산 주가 상승 효과가 주목되고 있다. 경영난에 몰린 두산그룹은 채권단의 지원에 따른 자구안 이행의 일환으로 그룹 내 알짜 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진행해왔다. 그동안 고배당 주식으로 꼽혀온 두산의 배당 매력 회복 여부도 투자자들 관심사로 떠올랐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 주가는 전장 대비 700원(1.28%) 오른 5만5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두산그룹은 지난 24일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본 입찰을 진행했다. 지난 9월 예비입찰을 개시한지 두 달 만이다. 두산 주가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본 입찰이 진행된 지난주부터 이날까지 7거래일 간 12.9% 올랐다.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유진그룹이 매각 본 입찰에 참여했다. 두산그룹은 이르면 이번주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유력 인수후보로 꼽혔던 GS건설을 포함해 적격 예비인수후보(쇼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대부분의 후보업체들이 불참했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소송과 관련해 7000억~1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우발채무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몸값 1조원에 달하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완료되면 두산그룹의 3조원 규모 자구안 이행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다. 앞서 두산그룹은 계열사·자산 매각과 두산중공업에 대한 1조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두산은 두산타워·모트롤BG·두산솔루스 지분 등 자산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을 활용해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4203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두산은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이 본격화한 지난 3월 13일 주가가 2만7000원대까지 밀려난 뒤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 9월 5만원선을 회복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다시 4만4000~4만7000원대를 오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이달 들어 두산인프라코어 연내 매각 기대감이 커지면서 두산의 배당 재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
두산은 그동안 고배당 기업 중 하나로 꼽혀왔지만 올해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중간배당을 포기했다. 두산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1004억원을 배당한 것을 비롯해 2018년 1024억원 등 해마다 1000억원 이상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지난해 배당 규모도 1000억원에 이른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두산의 주가 상승은 두산 인프라코어 매각으로 그룹이 구조조정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과 구조조정 후 두산의 배당 재개 가능성에 따른 것”이라며 “내년 중으로 두산의 배당이 재개될 것이란 견해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자구안 등이 완전히 마무리 될 때까지는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어 투자의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두산그룹은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두산건설을 비롯해 잠재매물인 두산메카텍, 산업차량BG 등의 매각까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내년 자금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두산의 일부 핵심 사업부와 자·손자회사의 매각 등이 마무리 될 때까지는 두산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이러한 가치 불확실성을 언제 어떻게 해소할 지가 주가 상승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는 두산밥캣의 경우, 모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이슈가 중립적인 사안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두산그룹은 DICC 소송관련 우발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를 투자와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뒤 사업부문은 매각하고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이 포함된 투자부문은 두산중공업에 귀속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현 연구원은 “두산밥캣 모기업의 지분매각으로 지배구조가 변화하지만 이미 시장에 알려진 사안이고, 두산밥캣의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영향도 없을 것”이라며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두산밥캣의 배당을 더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