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페이퍼코리아 74%, 영풍제지 49% 급등…코로나19 재확산 영향
골판지 수요급증에 원지가격 상승전망에도 "실적 개선 여부 꼭 따져봐야"
포장·제지주가가 최고점을 경신하면서 급등세를 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택배·배달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 골판지의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단가 인상에 대한 수혜도 추가될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포장·제지업체들의 펀더멘털이 아직 불명확한 만큼 추격매수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코스피시장에서 대영포장은 전 거래일 대비 425원(29.93%) 상승한 184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날 태림포장은 전일보다 1470원(25.00%) 오른 7350원에, 한창제지는 315원(14.00%) 뛴 2565원에 장을 마쳤다. 이외에 신풍제지(12.89%), 아세아제지(9.20%), 신대양제지(9.43%), 한국팩키지(5.53%), 페이퍼코리아(2.62%) 등 포장·제지주가 일제히 상승흐름을 나타냈다.
기간을 지난달 전체로 늘리면 포장·제지주의 상승폭은 더욱 커진다. 페이퍼코리아 주가는 지난 달 2일 1645원에서 27일 2860원으로 73.8% 급등했다. 특히 23일과 26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한국팩키지는 3680원에서 5790원으로 57.3% 급등했고, 영풍제지는 3725원에서 5550원으로 48.9% 상승했다. 각각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가격이다. 대영포장(25.6%), 아세아제지(20.9%), 대림제지(17.6%), 세하(16.6%) 등도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폭인 14.4%를 상회했다.
이처럼 포장·제지주가 급등한 이유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격상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이다. 거리두기 격상으로 언택트가 활성화되면 배달·택배 건수가 늘어나고 포장·제지 수요도 따라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장·제지주는 사회적 거리두기 2~2.5단계를 오갔던 지난 9월에도 큰 폭으로 상승한 바 있다. 실제로 신풍제지 주가는 지난 9월 1일 1450원에서 29일 2370원으로 63.4% 급등했다. 9월 23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태림포장도 같은 기간 17.2% 급등했다.
아울러 이번 포장·제지주의 급등에는 골판지 부족현상도 한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 골판지 박스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원지와 겉면의 구불구불한 골심지를 의미하는 원단 공급이 줄기 시작했다. 환경부가 지난 7월 국산 폐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폐지 수입 신고제'를 시행하면서 폐지 수입량이 줄어 어려워진 종이 수급이 발화된 영향이다.
종이 수급 악화가 현실화되자 10월 중순 신대양제지, 아세아제지 등 업체들은 골판지 원지 가격을 평균 25% 인상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엔 국내 골판지원지 생산량의 약 7%를 차지하는 안산의 제지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재료 부족 현상이 심화됐다. 이에 제지업체들은 11월 초에 원단 가격을 25% 더 올렸다. 이에 한 달 만에 싱글지(紙) 원단은 ㎡당 평균 320원에서 400원으로, 더블지 가격은 420원에서 525원으로 급등했다.
이처럼 원재료 가격이 인상되면 완성품 가격도 함께 올라가는 만큼 제지·포장업계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과 크리스마스 및 연말을 맞아 택배 대란이 예고된 만큼 큰 이익 규모가 클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택배와 배달이 늘어난 데다 온라인쇼핑 거래 증가, 소포장 트렌드 확대로 골판지와 백판지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제지·포장업이 그간 수입·수출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라는 외생 변수에 취약해 외면 받아온 만큼 최근 포장재의 성장과 수요 증폭으로 인해 주가 측면에서도 성장 각도가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직 실적 상승이 현실화되지 않은 만큼 추격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국내 17개 제지업체의 당기순이익은 459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905억원 대비 49.2% 감소했다. 포장용지를 제외한 인쇄, 특수용지 부문에서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당초 전망치를 크게 하회한 포장, 산업용지의 실적 흐름은 견조하게 나타났지만 하반기 들어 인쇄용지와 특수지의 영업실적이 약화됐다"며 "특히 인쇄용지와 특수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출 가격이 크게 하락한 만큼 내수만으로는 부진한 실적 흐름을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