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개발·경기회복 기대에 위험자산 선호...달러·채권값 하락세
KRX 금값, 7월 말 사상최고치 대비 32%↓거래규모도 크게 감소
고공 행진을 이어갔던 금·달러·채권 값이 하락하면서 안전자산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좌불안석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백신 개발 기대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탄력을 받으면서 오히려 안전자산은 체면을 구기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자산은 금 값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금값은 올해들어 지난 8월 6일 가장 최고치인 온스당 2069.4달러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준 1780.90달러로 가장 최저수준까지 낮아졌다. 금 가격이 내린 배경에는 백신 개발로 인한 경제활동 정상화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가격은 지넌 1일 790(1.25%) 상승한 6만3760원에 거래를 마쳤다. KRX 금가격은 지난 7월 말(8만 2970원) 사상 최고치 대비 31.8% 떨어졌다. KRX 금 거래규모도 지난 7월 말 대비 크게 줄었다.
달러 인덱스도 지난 3월 19일 103.60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91.85로 떨어졌다. 달러 대비 원화 가격은 강세다. 달러당 원화 값은 지난 3월 19일 1285.7원까지 치솟았다가 1107원까지 뚝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통상 달러화 약세 국면에서 금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금 가격과 달러화가 동반 약세 현상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강화는 금과 달러의 동반 하락 현상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8월 5일 연 0.795%에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가 0.983%(30일)까지 올라갔다.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데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약세를 보인다는 의미다.
금, 달러, 채권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관련 자산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 회복이 가능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금 가격에 대해 반등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명목금리(장기물) 상승으로 연결되면 내년 상반기 실질금리는 하방압력에 노출되며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 헤지수요는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 연구원은 "올해 저금리와 안전자산 수요가 금 가격을 이끌었다면 내년에는 미반영된 유동성과 인플레이션 헤지수요가 금 가격을 이끌 것"이라며 "현재 금 기대가치지수로 보면 지금의 금 가격은 과도하게 저평가되어 있는데 금 관련 ETF 매수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달러화는 내년에도 약세화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내년 경기회복과 함께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으로의 머니 무브 현상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년간 달러화 가치가 6% 정도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은행 ING도 달러화 가치가 10% 추가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씨티은행도 달러화 가치가 내년 중 20% 추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씨티는 달러화 지수가 75 밑으로 떨어지게 되면 역사적 저점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코로나 백신 기대감에 두각을 드러낸 위험자산은 최근 상승랠리를 지속했다. 지난주 원자재 시장 수익률은 3.80% 상승세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수요 기대를 높여서 위험자산 선호 랠리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경기사이클을 대변하는 구리 가격은 1차 팬데믹 이후에 2차 랠리가 본격화되고 있다. 구리 가격은 지난 11월에만 약 11.5%가 급등했는데 지난 2018년 6월 고점을 넘어섰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3주 연속 원자재 시장 랠리를 견인하고 있다"며 "최근 최근 랠리에서 배제된 귀금속 섹터는 기대 인플레 확대가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에 재차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