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우려에 뚝 떨어진 기온까지...배달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
오후 9시 이후 식당은 포장‧배달만 허용, 합정‧홍대 등 주요 상권 적막
“재택 근무하는 회사가 다시 늘고 날씨도 추워지니까 점심 손님도 줄어드네요. 저녁에 서빙 직원을 한 명 줄였는데 낮에도 줄여야 할 판이에요.”
지난 2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한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장 임모씨는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이후 장사가 더 힘들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배달 주문이 늘어난다고 해서 알아봤지만 지금 등록해도 연말이나 돼야 가능할 것 같다”며 “이대로 가면 사실상 연말 장사는 이걸로 끝난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서울 주요 오피스가 중 한 곳인 마포, 공덕 일대는 점심시간에도 크게 붐비지 않는 모습이었다. 맛집으로 소문난 일부 식당만 혼잡스러울 뿐 대형 식당에도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00~500명에 달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비중이 확대된 데다 최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날씨가 추워지면서 직장인들이 대형 빌딩 내 상가로 몰려 상대적으로 길거리에 위치한 식당은 더 썰렁한 모습이었다.
마포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고 나서는 도시락 배달이나 편의점 도시락을 구입해 먹는 날이 늘었다”면서 “날도 추워지고 밖으로 나가도 커피도 마실 수 없다 보니 아예 안 나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이후 주요 편의점의 도시락 판매량은 최대 1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주택가 보다 오피스가 상권에서 신장률이 높았다.
식당뿐만 아니라 커피전문점도 타격을 받고 있다. 포장, 배달만 가능한 상황이라 매장 손님 매출은 그대로 빠지는 상황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2단계 격상 이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20~30%는 줄어든 것 같다”며 “배달 매출이 늘긴 했지만 매장에 비해 베이커리 등 상품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하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은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에도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업계 일각에선 커피 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는 1일부터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등 식사류 취식만 허용하고 커피, 디저트류는 취식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찾아간 현장에서는 여전히 커피만 놓고 휴대폰을 보거나 노트북을 펼치고 일을 하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앞서 지난 1일 찾은 합정, 홍대 인근 상권은 오후 9시 이후 적막한 분위기였다.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합정역 인근 상권과 20대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 앞 포차거리 모두 새벽시간을 방불케 했다.
일부 커피전문점과 편의점 간판만 있을 뿐 도로와 인도에는 지나다니는 차량이나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오후 9시를 기점으로 식당, 주점의 매장 영업이 종료되자 귀가를 위해 택시를 기다리는 인파가 몰리면서 중심 상권 보다 도로가에 더 많은 인파가 북적이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고기구이 전문점을 운영하는 장모씨는 “매년 이맘때면 송년회나 각종 모임으로 한창 바쁠 시기인데 아예 저녁 장사를 못하다 보니 타격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동안 고깃집은 대부분 홀 장사지 배달을 하는 집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기를 구워서 배달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며 “저녁 시간에만 배달을 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