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바샥셰히르 원정 소집 명단에서도 제외
자가격리 거쳐 최근 팀 훈련 참가...뮌헨전 선택 주목
RB라이프치히는 지난 7월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합류한 황희찬에게 등번호 11을 부여했다.
지난 시즌 라이프치히 공격의 핵 티모 베르너가 달고 있던 등번호다. 황희찬을 명실상부한 베르너의 대체자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였다. 라이프치히는 황희찬 영입을 위해 1500만 유로(약 200억원)를 투자했다. 저돌적인 돌파와 함께 지난 시즌 날카로운 결정력까지 향상돼 ‘제2의 홀란드’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었다.
빅리그에서도 알아주는 클럽의 전방 공격수로 영입된 만큼 황희찬 역시 크게 기대했다. 입단 당시 황희찬은 구단을 통해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챔피언스리그 같은 큰 경기에 뛰고 싶은 마음이 있다. 라이프치히는 매년 챔스리그에 진출하는 뛰어난 팀이다. 팀의 분데스리가 우승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소감과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보면 ‘무늬만 11번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품게 한다. 빅클럽들의 타깃으로 떠오른 ‘천재 감독’ 율리안 나겔스만 구상에서 황희찬의 자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입단 당시와는 큰 온도차가 느껴진다.
나겔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라이프치히는 3일 오전 2시 55분(한국시각) 터키 이스탄불 바샥셰히르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2020-2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에서 이스탄불 바샥셰히르에 4-3 신승했다. 후반 추가시간 알렉산데르 쇠를로트의 극적인 결승골로 1골차 승리를 따냈다.
유수프 포울센을 필두로 다니 올모, 에밀 포르스베리, 아마두 아이다라가 2선에 배치됐다. 황희찬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소집 명단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던 황희찬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양성 반응으로 자가격리를 거친 뒤 최근 건강한 모습으로 팀 훈련에 참가했다.
챔피언스리그 선발 출전은 아니더라도 소집 명단에는 포함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원정 동행도 불발됐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나겔스만 감독은 UEFA 공식 기자회견에서 “특별한 전술은 없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는 매 경기 승리가 필요하다.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승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H조 최약체로 꼽히는 바샥셰히르전에서도 황희찬을 부르지 않은 것은 못내 아쉽다.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한 결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나겔스만 감독은 이전에도 황희찬을 중용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충분한 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 9월 나겔스만 감독은 뉘른베르크(2부리그)와의 2020-21 DFB 포칼 1라운드를 앞두고 "황희찬은 무조건 선발로 나온다"라며 "황희찬은 상대 수비수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선수다. 빠르고 균형이 좋다. 팀에 굉장히 도움이 되는 선수"라고 기대했다.
입단 당시와는 판이하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H조 최약체 바샥셰히르와의 원정경기에는 부르지도 않았다. 이번 경기에서 소집 제외된 것만 놓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대부분 교체 투입이었고, 분데스리가에서는 한 경기도 선발로 기용하지 않았다.
라이프치히는 오는 6일 바이에른 뮌헨과의 독일 분데스리가 10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라이프치히는 뮌헨(승점22)에 밀려 2위에 머물러있다. 선두 탈환을 위해 승리가 절실하지만 11월 촘촘한 일정을 소화한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다. 나겔스만 감독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