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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 헛발질②] 상온노출 독감백신을 맞으라고?


입력 2020.12.16 07:00 수정 2020.12.11 18:32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정부, 업체에 유통 맡기고 감독 소홀

백신유통·접종관리 부실 총체적 난국

유통관리 제대로 될까 국민들 '불안'

지난 9월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었던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은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상온노출 사고로 하루 전 날 전면 중단됐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9월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었던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은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상온노출 사고로 하루 전 날 전면 중단됐다. 냉장 보관해야 하는 독감 백신 중 일부가 상온에 노출됐는데, 2000여명이 접종 중단된 노출 의심 백신을 맞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일부 독감백신이 상온에 노출됐다는 사실도 정부가 파악한 것이 아니라 제보가 접수돼 들어났다. 만약 제보가 없었다면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는 백신을 13~18세 청소년 234만명이 맞을 뻔한 것이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백신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심지어 방역당국은 상온노출 의심 백신 접종자 집계를 오락가락하며 혼선을 일으켰다.


사태 발생 당시 질병청은 "유통상 문제가 의심되는 백신이 아직 접종되지는 않았다"고 밝혔지만, 정작 조사 결과 접종 중단된 백신을 맞은 사람이 2000명 넘게 나왔다.


질병청은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 만에 "문제가 된 백신을 맞은 사람은 전국에서 105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전북 전주시가 별도로 "시민 179명이 문제가 된 백신을 접종했다"고 발표하자 질병청은 이날 밤 "중복을 제외하면 최소 224명"이라고 부랴부랴 숫자를 정정했다.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 한 채 서둘러 발표해 벌어진 일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과에서 간호사가 독감 백신을 꺼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접종 관리도 '엉망'… "불량백신 뭘 믿고 맞냐" 유료백신 접종↑


접종이 중단된 백신을 시민들이 맞게 된 경로는 두 가지다. 9월21일 밤 질병관리청이 접종 중단 발표를 하면서 22일 보건소에 통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접종한 경우다.


또 다른 경로는 일선 의료현장에서 규정을 어기고 무료 접종용 국가 백신을 미리 개봉해 유료용이라며 접종한 경우였다. 무료용 백신과 유료용 백신을 엄격히 따로 구분하지 않고 일단 접종부터 한 뒤 전산 기록을 끼워 맞추는 관행이 이어진 탓이다.


이 사고로 정부의 무료접종 백신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유료 백신을 맞겠다는 국민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소아·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나 임산부들은 "방역당국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유료 백신 접종을 서둘렀다. 이에 유료 백신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병원마다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사과는 하겠지만, 과도하게 걱정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문제가 된 백신이) 냉장차를 벗어나 운반된 시간은 1시간 이내, 현실적으로 10분 이내인 것 같다. 세계보건기구(WHO)가 4가 백신을 상온에 노출했을 때 안전 기간이라고 한 2주보다 턱없이 짧은 시간이라 그다지 위험한 것 같지 않다"며 별 일 아니라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독감백신도 사망자가 많이 나왔는데 만약 코로나 백신 접종하고 잘못되면 어떡하느냐"면서 "백신이 나와도 걱정이다"는 글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독감백신도 이런데 코로나 백신 믿을 수 있나"


올해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 우려로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이번 사태로 백신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코로나19 백신이 나와도 접종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독감백신도 사망자가 많이 나왔는데 만약 코로나 백신 접종하고 잘못되면 어떡하느냐"면서 "백신이 나와도 걱정이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올해 독감 백신으로 인한 사망도 많이 나왔지 않느냐. 불안해서 코로나 백신 접종도 하지 않겠다" "독감도 사망자 소식에 벌벌 떨면서 겨우 접종했는데 코로나 백신은 못 맞겠다" "독감백신도 맞지 않았고 코로나 백신도 맞지 않을 예정이다" "코로나 걸리면 차라리 치료제를 맞겠다" 등 상온노출 사고 이후 백신 접종 자체를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글이 올라왔다.


의료계 관계자는 "백신 상온노출 사고가 터진 이후 방역당국이 우왕좌왕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조성한 것"이라면서 "독감백신 의심 사망 관련해서도 '과도한 불안'이라며 분위기를 진화하는 데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이 내년 2~3월 국내에 들어와 공급하게 될 때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현 시스템을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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