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보험사에서 2건 이상 상품 계약 비중 26.4%
반복 가입할수록 비싼 상품 선택…단골 효과 '톡톡'
특정 보험사의 상품과 서비스에 만족한 소비자들 상당수가 같은 보험사에서 여러 건의 계약을 반복 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고객들은 반복 가입이 늘어날수록 비싼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보험업계에서도 단골 고객의 효과가 확인되면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보험사들의 셈법은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보험연구원이 한국신용정보원의 보험신용정보 표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2018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한 건이라도 신규로 보험에 가입한 정보가 있는 소비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동일한 보험사에서 2건 이상의 상품에 신규 가입한 정보가 있는 가입자 비중은 26.4%로 집계됐다.
특히 연령별로 보면 50대(28.9%)와 60대 이상(27.0%) 등 고연령층에서 이처럼 같은 보험사에 중복 가입 경험을 갖고 있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20대(21.9%)와 30대(24.4%)의 해당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이는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가입 경로와 연관된 결과로 풀이된다. 보험 소비자는 대면채널을 통한 가입으로 보험사와 쉽게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데, 고연령층은 이런 대면채널 가입률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대면채널 가입률이 낮은 20·30대의 경우 동일한 보험사에서 반복해 가입하는 비중이 낮게 나타나 보험회는 이들에 대한 관계 제고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보험 소비자들은 동일한 보험사에서 반복 가입한 횟수가 늘어날수록 보험료가 높은 상품에 가입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 보험사에서 서비스를 경험 후 만족하면 보험료가 더 높은 상품에 또 가입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이 같은 현상은 모든 연령대에서 비슷하게 관측됐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30대의 경우 한 보험사에서 첫 번째로 상품에 가입했을 때 평균 월납보험료는 6만9200원 정도였지만, 동일한 회사에서 네 번째로 보험에 가입했을 때는 평균 월납보험료가 8만8700원에 달했다. 이는 임의의 보험사에서 네 번째 상품에 가입 했을 때(7만9100원)보다 9600원이나 더 높은 금액이다.
즉, 보험 가입자는 한 보험사에서 서비스를 경험한 후 신뢰와 만족을 느낄 경우 동일한 보험사에 더 비싼 보험료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기존 고객과의 관계 극대화를 통해 반복 가입률을 높이면 수익성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가 소비자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브랜드 신뢰도 제고와 수익성 개선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으므로, 소비자 중심 경영을 통한 충성 고객 확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산업의 저성장과 시장 포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보험사는 기존 고객 유지를 위한 방어적 마케팅에 더욱 힘써야 할 필요가 있다"며 "대면채널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20대, 30대 등 밀레니얼 세대와의 관계 극대화를 위해 비대면채널을 활용한 소비자 신뢰도 제고 방안 탐색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