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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대통령이 장관에게 국정을 도급 줬나


입력 2020.12.14 09:00 수정 2020.12.14 07:55        데스크 (desk@dailian.co.kr)

‘K-방역’엔 별스럽게 나서면서

추 장관의 법치 농단엔 모르쇠

이해 안 되는 장관의 대통령 행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코로나19 수도권 방역상황 긴급 점검 화상회의를 주재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을 ‘절체절명의 시간’이라고 했다. 우리가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게 그의 인식인 듯하다. 그는 1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긴급 주재하고 “(코로나 방역) 3단계 격상으로 겪게 될 고통과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이제 K-방역의 성패를 걸고 총력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방역’엔 별스럽게 나서면서


말인즉슨 옳은 말이다. 국민 모두가 공포에 질려 있다. 대통령으로서 위기의식을 내보이며, 방역 당국과 국민이 이 상황에합심협력해서 대응해 줄 것을 호소한 데는 문제가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별스럽다는 생각이 드니 이야말로 별스런 일이다.


문 대통령은 ‘K-방역’의 우수성과 성공적 실적을 나라안팎으로 자랑하기 바빴던 사람 아닌가. 갑자기 ‘절체절명’이라며 비명을 지르는 듯 한 모습을 보이는 게 스스로도 거북하지 않을까?


“K방역 성공을 말한 문재인 정부의 대국민 사기성 발언이 대통령의 무능 때문이든, 참모진의 허위 보고 때문이든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


같은 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말이다. 전적으로는 아니라 하더라도 코로나 상황이 이처럼 급속히 악화된 책임의 큰 부분은 문 대통령과 그의 충성스러운 선전원들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코로나의 대 확산은 진행 중에 있다. 그간엔 우리가 구미 선진국들보다는 효과적으로 대처해왔다 하더라도 상황은 가변적이었다.


대통령이라면 국내외적으로 코로나가 진정됐다는 확신을 갖게 되기까지는 경각심을 늦출 일이 아니었다. 자랑은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자기 입으로 하지 않더라도 훗날 역사가 기록해 준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자랑하는 일에만 관심을 쏟았다. 국민들은 황당해했지만 그는 아랑곳없이 자화자찬에 열을 올렸다. 마치 자신이 직접 방역전선에서 활약해온 것처럼.


추 장관의 법치 농단엔 모르쇠


그 덕분에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4‧15총선에서 전대미문의 압승을 하고 자신의 국정 수행에 대한 여론 지지율이 고비마다 급상승했으니 선전의 효과는 제대로 거둔 셈이다. 그랬다면 지금의 상황에서는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 경박한 자랑으로 오히려 코로나 대 확산의 빌미를 만든 게 사실이니까.


지난 8월엔 우파시민들의 광화문 집회가 2차 대 확산을 초래했다며 적개심을 드러냈다(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에 가서, 집회 주동자들을 ‘살인자’로 매도했었다). 이번 3차 대 확산은 우파가 저지른 게 아니다. 대통령의 자화자찬과 방역 1단계로의 성급한 하향 조정 등에 기인한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인사들을 중죄인으로 매도하고 구속까지 했을 양이면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도 하다못해 사과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코로나 방역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서 지휘해 왔다. 대통령이 새삼스레 나서서 ‘절체절명의 시간’ 운운한다는 것은 정 총리가 실패했다는 불신의 표현인가? 아니면 ‘K-방역’에 관한 한 자신이 특별한 연고권(?)을 가졌다는 인식에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심정이 된 것인가?


더 이해가 안 되는 점은 문 대통령이 정작 자신이 지휘하고 정리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는 점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죽이기’가 1년에 이를 정도로 계속됐다. 지금은 추 장관 측의 마지막 일격이 가해질 즈음인데 문 대통령은 여전히 뒷전에만 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를 내렸다는 보고를 받고도 말이 없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자신이 책임 질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는 코로나 확산에 대해서는 아무 부담 없이 매우 비장하게 들리는 말을 한다. 그걸 통해서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으로서의 고뇌와 결의를 자랑하는 것인데 물론 정치적 선전효과와 개인적 이미지 미화(美化)의 효과를 겨냥했을 터이다. 총리가 일을 맡아서 하는데도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나서는 것은 향후 거의 유일한 자신의 공적이 될 ‘K-방역의 성공’이 날아가 버리고 말 것 같은 초조감 때문이겠다.


이해 안 되는 장관의 대통령 행세


반면 추미애-윤석열 대결은 바로 대통령 자신의 문제다. 자신이 해결해야 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이 일에 대해선 오히려 뒷짐 진 자세로 일관한다.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 분야별 참모다. 책임은 당연히 대통령의 몫이다. 그 책임을 자신의 것으로 확고히 떠안을 때 비로소 ‘선출된 권력’을 운위할 수 있다.


추 장관은 ‘윤석열 핍박’을 주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확실하게 지시 혹은 위임을 받은 경우에만 권한 행사가 가능하다. 대통령은 명시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힌 바 없다. 그렇다면 추 장관이 마음대로 자신의 권한을 창설해서 행사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법과 제도에 없는 행위다. 당연히 추 장관은 권한 남‧오용에 대해 책임 추궁을 당하겠지만 더 큰 잘못은 대통령에게 있다. 책임자로서 이 상황을 방관해왔다는 자체가 직무유기다.


추 장관의 권한 행사를 인정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언제부터 대통령이 장관에게 특정 사안에 대해 도급을 줘 왔는지, 언제 그것이 법제화했는지 그 점을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추 장관의 윤 총장 핍박은(그 수단 방법이나 절차에서) 법치 분탕질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묵인 혹은 방관 하에 장관이 법치를 농단‧희롱하는 이런 사태는 정말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말인데 문 대통령은 코로나 19 대 확산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정부의 입장과 각오를 밝힌 것처럼 추 장관의 윤 총장 ‘난도질’에 대해서도 그것이 도급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지시 하에 행해지는 일인지를 말해야 옳다. ‘선출된 권력’이라고 해서 무차별적이고 무한계적인 게 아니다. ‘절대 권력’이 주장되는 순간 민주정치는 사라지고 만다. 문 대통령의 권력 인식은 어떤 것인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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