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미국·영국이 백신 접종한다고 부러워해야 하나"
백신보다 'K-방역' 강조…"우리 방식 전략 세우는 게 옳아"
전문가들 우려…"내년에 우리만 여전히 터널 속 갇힐 것"
"정부의 대안은 치료제? 지나친 환상…백신이 유일한 무기"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현실화 된 가운데 백신 확보에 정체를 겪고 있는 당국을 향한 야권의 비판 목소리가 거세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정쟁 몰이'로 간주하며 일축하고 나섰다. 선진국들의 백신 접종 시작에도 기약조차 없는 국내 상황과 확진자의 계속된 증가세로 국민적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집권여당이 안일한 현실 인식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민주당은 코로나 확산세에 대한 여당의 책임론을 부각한 국민의힘을 향해 공세를 가했다. 당 '코로나 국난극복 K-뉴딜위원회 방역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성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백신이 먼저다'라는 걸개를 내걸었다"며 "최근 겨울철 3차 유행이 시작되자 국민의힘이 K-방역의 성공과 자부심을 실패로 몰아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 의원은 "국민의힘은 정부와 국민을 이간질 시키고 불신을 조장하는 것에서 해답을 찾고 있는 듯 하다"고 몰아붙였다. 연일 백신 확보와 병상 및 의료진 확보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는 야권의 주장을 '이간질과 불신의 조장'으로 치부한 것이다.
아울러 전 세계가 백신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신이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K-방역'을 통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코로나 방역에서 실패한 미국·영국이 백신 개발에 앞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고 우리가 부러워하는 게 맞는가, 백신 접종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K-방역에 성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우리 방식의 치료제 개발과 백신 확보 전략을 세우는 것이 옳다"며 "백신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경각심을 무너트리고 지금까지 잘 유지해온 방역을 흐트러트려 의료체계 위기를 불러올 뿐"이라고 주장했다.
'K-방역'을 앞세운 민주당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백신 확보에 뒤처지고 있는 정부의 행보에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정부가 4400만명 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밝힌 바 있지만, 이 또한 허수라는 지적이 나오며 불안감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 정부는 현재까지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1000만명 분의 백신 공급만 확정했을 뿐 확보했다고 밝힌 4400만명 분 중 나머지 3400만명 분은 계약의 실체 및 도입 시기마저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아스트라제네카 외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정식 계약을 연내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설사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국내 공급 시기가 언제가 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정부의 주장대로 백신 확보분을 최대치인 4400만명 분으로 잡더라도 미국·영국·캐나다 등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는 분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해외국가별 백신 확보 동향 내부 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24억회 분, 영국은 3억 8000만회 분, 캐나다는 1억 9000만회 분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인 출신의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은 "계약 완료된 백신 물량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명 분 뿐으로 화이자와 얀센은 '구매확정서'를 받은 것이고 모더나는 '공급확약서'를 받은 것일 뿐이다. 체결한 것이 아니다"며 "우리나라가 백신 접종 후진국이 되어버렸는데도 정부는 내년 2월이나 3월이 되면 접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 다른 나라들은 긴 터널을 벗어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터널 속에 갇혀 있을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또한 계약을 확정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정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최근 3상 임상시험에서 투약 용량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문제 등이 발견되며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이 늦어지고 있는 탓이다.
이에 백신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지난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도입은 미FDA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나라의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FDA는 미국 기관이고 우리나라는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결정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며 FDA 승인 없이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주장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날 의사 출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긴급좌담회에서 "치료제의 길을 정부가 자꾸 대안으로 말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매우 적절치 않다"며 "아직 치료제는 2상 임상시험이 완료되었거나 진행 중이고 3상 임상시험은 아직 멀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지나친 환상을 부르는 것은 불필요"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백신만이 코로나19 유행을 멈추거나 중단하거나 종식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며 "그래서 백신을 '게임 체인저'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치료제는 '게임 체인저'가 되거나 코로나19 전파, 차단, 종식과는 전혀 관련이 없기에 그 점에 있어서 백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 "K-방역은 신기루" 강력 비판…3가지 대안 제시
①백신 확보 상황 투명 공개 ②文이 직접 외교현장으로
③민간합동총괄 컨트롤타워 설치해 전문가들 의견 수렴
"선진국들 경쟁할 때 文은 '윤석열 공격'…무비전 리더십"
야권은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백신 확보 부족 사태를 정쟁으로 치부하는 민주당의 입장을 꼬집으며 K-방역의 민낯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난 3월 자영업 대책을 말했고 8월에는 백신준비, 9월에는 전국민 자가진단키트 그리고 10월에는 의료인 수급 문제를 얘기했지만 12월 현재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다. 이쯤 되면 자랑하는 K-방역이 신기루가 아닌가"라며 '코로나는 국민의 생명이 달린 중대한 문제다. 더 이상 정치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 생명을 수호하는 데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또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미 FDA의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나라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고 하는데, 선진국의 접종을 본 뒤 안정성을 보고 천천히 진행하겠다고 하다가 왜 선진국이 승인도 하지 않은 면역률이 낮은 이런 백신을 우리 국민에 실험하려고 하는지 답해주길 바란다"고 질타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백신확보에 대한 모든 정보에 대해 국민에 소상히 알려야 한다. 외국의 경우 백신 현황의 모든 것을 공개하는데 우리의 경우 국회 복지위원의 질의에도 복지부장관이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며 "백신의 구입시기와 현황 뿐만 아니라 콜드체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접종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백신 확보 실패를 인정하고 직접 백신구매단장으로 나서 외교현장에 나서야 한다. 임대주택쇼를 할 때가 아니라 백신 구매현장에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민간합동총괄 컨트롤타워를 즉각적으로 구성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정치 행보를 멈추고 위 세 가지 제안을 수용해 방역 정상화를 위한 행보에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또한 "백신 확보 경쟁에서 문재인 리더십의 맨얼굴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과 영국 등은 인구대비 몇 배씩의 백신을 확보하고 이미 접종을 시작했는데 한국은 아직도 뒤쳐져 있다. 일부 확보된 아스트라제네카는 면역효과도 뒤처지니 빨라야 내년 3/4분기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선 나라들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조기 백신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문 대통령은 그동안 어디에 계셨나,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한 공수처만들기와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2개월을 위해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며 "늦은 만큼 돈으로 해결하거나 구걸외교 등의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국민을 위한 희생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무비전 리더십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