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김현식 '봄 여름 가을 겨울' 리메이크곡 13일 발매
<제자가 스승보다 나은 것을 비유하는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수들은 선배 가수의 명곡을 자신의 색깔로 재해석하거나, 빛을 보지 못했던 노래를 다시 부르면서 그 가치를 재평가 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반면 잘못된 편곡 방향이나 가창력으로 오히려 명곡을 훼손했다는 평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편곡과 가수의 목소리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과 감성을 주는 ‘청출어람 리메이크’곡을 살펴봄으로써 원곡들도 다시금 조명합니다.>
가수 김재환이 리메이크한 고(故) 김현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난 13일 발매됐다. 이는 고 김현식의 30주기를 맞아 제작사 슈퍼맨C&M이 2020년 리메이크 앨범 ‘추억 만들기’로 발매한 앨범에 수록된다. 이번 앨범을 위해 김재환을 비롯해 10여 팀이 넘는 실력파 후배 가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고 김현식은 1980년에 데뷔해 독보적인 음악 세계로 큰 사랑을 받은 싱어송라이터다. ‘비처럼 음악처럼’ ‘사랑했어요’ ‘내 사랑 내 곁에’ ‘추억 만들기’ 등 주옥같은 명곡들을 발표했으나 1990년 11월 1일 간경화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추억 만들기’는 고인이 뮤지션으로서 가치와 그의 삶과 음악을 재조명하면서 함께 공감하고 추억할 수 있는 앨범으로 제작된다. 이 작업에는 히트메이커 이단옆차기를 비롯한 다수의 작곡팀이 각 곡의 프로듀싱에 참여한다.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도 사랑받는 고 김현식의 명곡이 현대적이고 젊은 감각으로 재탄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곡: 김현식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지난 1980년 발매된 김현식의 1집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당시에 김현식은 대중매체보다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음악을 알리면서 통기타 가수로서 새로운 문화층을 형성해왔다. 때문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역시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고, 1984년 발매한 2집 ‘사랑했어요’로 스타덤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게 된 케이스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흔히 알려진 김현식의 거칠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아닌 미성과 가성의 능숙한 사용이 돋보인다. 리드미컬하고 펑키한 느낌의 이 곡을 넓은 음역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가창력으로 폭넓게 소화해냈다. 데뷔할 때만해도 굉장한 미성이었던 김현식이 허스키하고 거친 음색으로 바뀐 건 4집 이후였고, 유작인 ‘내 사랑 내 곁에’가 크게 히트하면서 그 이미지가 고정됐다.
◆리메이크곡: 김재환 ‘봄 여름 가을 겨울’
김재환은 이번 ‘추억 만들기’에 합류한 가수들 중 최연소다. 그에게 김현식의 1집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부를 수 있게 한 것도 그 영향이 있는 듯 보인다. 당시 미성과 가성에 능했던 김현식의 보컬과 김재환과는 색채는 다르지만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김재환은 타고난 성량과 넓은 음역대를 자유롭게 소화할 수 있는 가수다. 리메이크된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도 그는 가성으로도 단단한 느낌의 고음 소화력을 보여주고, 리듬을 타고 노는 듯한 박자감각까지 뽐냈다. 뿐만 아니라 2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가지고 있는 음색의 깊이 또한 남다르다. 이런 장점을 살려 원곡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김재환 만이 보여줄 수 있는 위트 넘치는 곡으로 재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