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선거 쟁점될 '부동산 정책'의 수장 자리
'소송 예고' 국민의힘…정의당도 '부적격' 판정
"하자 사유 없다"면서도 '일단 보류'에 동의
더불어민주당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국민의힘이 '소송전'을 예고하며 강력 반대하는 데다 정의당도 '부적격' 판단을 내리자 단독 강행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국토위 여당 간사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4일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인사청문보고서를) 현재 상태로 그냥 단순히 표결할 것인가 등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청문보고서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해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며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좀 미루자는 말에 동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도 "간사뿐 아니고 위원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다음주 월요일(28일)엔 반드시 합의하에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은 변 후보자에 대한 능력과 자질이 증명됐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강행할 기류였다. 국토위 위원 30명 중 민주당 의원이 18명이라, 단독으로도 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의 '야당 패싱'이 일상화되면서 이날 역시 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국토위 소속의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변 후보자가 적격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변 후보자는 시민단체, 교수,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등을 역임하며 이론과 현장감을 갖춘 자질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날 오후에 열린 국토휘 전체회의에도 민주당 소속 위원들은 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모두 해소됐고 결정적인 하자 사유가 없다고 역설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여야 모든 의원이 변창흠 후보자가 주택 도시계획 분야의 전문가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데는 이론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회재 의원도 ""도덕성 부문은 걱정했지만 폭탄이 터지지 않았다. 결정적인 한 방이 사라진 것으로 도덕성도 이 정도면 통과"라고 말했다.
문정복 의원은 "후보자는 상식적으로 볼 때 학자로서, 그리고 공기업의 사장으로서 재직할 시에 어떤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지 않은 후보자"라며 "후보자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역시 "후보자가 대오각성하고 엄청 사과를 했다"며 "오히려 그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장관직을 수행한다면 앞으로 안전사고나 위험 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더 철저하게 될 수 있는 기회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일단 보류'했다. 국토부 장관은 내년 보선의 최대 관심사인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인데다,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변 후보자의 '막말'이 청년층과 사회 취약계층과 여성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데스노트'라고도 불리는 정의당의 부적격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후보자의 정책과 전문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최종적으로 부적격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 후보자의 과거 막말에 대해 "사인이 아닌 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일어난 일"이라며 "재난의 시대를 감당해야 할 장관으로서 치명적인 결격사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변창흠 후보자 '막말' 뭐였길래
변창흠 후보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인 2016년 구의역 사고를 언급하면서 "하나하나 놓고 보면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며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희생자)가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는 또 셰어하우스 입주자와 관련해선 "못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서 먹지 미쳤다고 사서 먹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변 후보자는 지난 23일 청문회에서는 과거 막말에 대해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 "여성인 경우에 화장이라든지 이런 것들 때문에 아침을 (모르는 사람과) 같이 먹는 건 아주 조심스러워한다"고 해 뭇매를 맞았다.
한편 여야는 오는 28일 간사 합의를 거쳐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