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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사면론·동부구치소 사태에 침묵하는 이유


입력 2021.01.04 12:07 수정 2021.01.04 12:49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MB·朴 사면 두고 與내에서도 의견 달라

지지율 하락 등 지지층 반발 의식한 듯

구치소 사과 시 방역 실패 인정 모양새

1월 신년 기자회견서 입장 표명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대신 청와대가 나서 문 대통령의 의중을 밝히고 있다. 야권으로부터 두 사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당분간 직접 입장을 밝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청와대에 따르면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별도의 입장은 없다. 두 전직 대통령 중 이 전 대통령의 형만 확정된 상황에서, 사면을 논의하기는 이르다는 이유다. 박 전 대통령의 대법원 선고는 오는 14일로 예정돼 있다.


특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 직후 당 내에서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는 점, 여당 지지층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 등이 '침묵'의 이유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낸 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면 반대' 글과 '이 대표 사퇴 촉구' 글이 게재됐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모든 조사를 통틀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2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34.1%, 부정평가는 61.7%다.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야당에서도 "사면을 정략적으로 활용하지 말라"며 문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정치적 재판에서 두 분 다 억울한 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런 사건에서 사과나 반성을 요구한다는 건 사면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라며 "문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하고, 이 대표는 한 말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동부구치소 코로나 확산 사태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는 상태다.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가 사과한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사과에 나설 경우 'K방역' 실패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내부회의에서 동부구치소 관련 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수차례 내렸다고 전했다.


야권은 정부 관리 시설에서 대규모 확진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한 문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한 언론에 기고한 '갈수록 악화되는 재소자 인권'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인용하며 비판의 강도를 키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칼럼에서 "미결구금자는 형사소송법상 무죄로 추정되는 가운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막강한 경찰 및 검찰과 맞서 자신을 방어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며 "그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열악한 처우는 한 쪽 선수를 묶어놓고 권투시합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방역' 실패의 책임자가 오직 정부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핵심 책임자인 법무부 장관과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진솔한 대국민 사과를 촉구한다"고 했다.


정가에서는 문 대통령의 관련 입장 표명이 1월 중 열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사면론은 휘발성 강한 정치적 이슈라는 점에서 여론 추이를 신중히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019년 5월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아직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 속에서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재판 확정 이전에 사면을 바라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의 교감 없이 '대통령 결단'이 필요한 사안을 언급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면서, 문 대통령이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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