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C·LCC 헤쳐모여…규모의 경제 통해 위기 극복
통합 시너지 기대감 높아…방대한 네트워크로 승부
화물운송 확대…여객 치우친 불안한 매출구조 해소
4차산업혁명에 더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까지 이어지며 국내 산업계의 발 빠른 체질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산업 트렌드 변화와 업황 악화로 경영전략 변화나 구조조정 등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빅뱅(Big Bang), 주력 산업의 사양화·레드오션화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혁신(Technical Innovation),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관성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등 새해에도 미래 산업을 좌우할 3대 테마(BTS)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대응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는 유례없는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각국의 봉쇄 조치로 글로벌 하늘길이 막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제선이 모두 중단됐고 국내선마저도 출혈경쟁이 지속돼 수익은 0에 수렴했다.
이에 따라 항공산업 재편에 대한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몇 년간 공급과잉이라는 안팎의 우려에서 보듯 국내 항공업계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거듭해 왔다. 그리고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붕괴가 가속화 되면서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고 생존을 위한 산업재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대형사 빅딜로 항공 재편 촉발 가능성↑
현재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더라도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Low-Cost Carrier) 5개사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매각 무산 후 새 주인을 찾고 있는 이스타항공과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을 포함하면 9개사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실제 한국(약 1003만 ha)보다 국토면적이 98배 넓은 미국(약 9억8315만 ha)의 LCC가 9개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 3배 넓은 일본(약 3779만 ha)보다는 하나가 더 많다. 미국과 국토면적이 비슷한 14억 인구의 중국(약 9억6000만 ha)이 6개로 우리의 3분의 2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많다.
항공업의 경우 몸집을 키워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항공업계가 대형사 위주로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글로벌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무너진 경쟁력 회복을 위해 구조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어프랑스가 네덜란드 KLM을, 독일 루프트한자가 오스트리아와 스위스항공을 각각 인수하는 등 대형 M&A가 활발히 이뤄져 왔다.
국내 항공업계 역시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 강화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응해 나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이 대표적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항공사의 결합이 항공업계 인수합병(M&A)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산하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통합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코로나 이전 LCC M&A가 잇달아 무산됐던 만큼 재편 의지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3사간 합병으로 메가 LCC가 탄생하면 나머지 항공사들간 M&A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산업 재편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3사간 통합 이후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M&A로 몸집을 불려 통합 LCC에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에 차례로 도전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현실화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곧 대형항공사간 M&A로 시작된 규모의 경제 실현이 LCC 시장에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2000년대부터 이러한 추세가 지속돼 온 것을 감안하면 이에 자연스럽게 대응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본격화…콜드체인 구축 ‘잰걸음’
국내 항공사들이 화물비중 확대 등 사업을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코로나19 이후 바뀐 모습 중 하나다. 여객에 치우친 매출 구조로는 제 2의 코로나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전 세계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각국의 국경봉쇄 및 입국제한 조치의 여파로 여객 운송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대형항공사나 저비용항공사(LCC)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화물 사업 비중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운송을 통해 흑자를 내는 등의 성과를 내며 한 해를 버텼다. 진에어와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LCC 3사 역시 지난해 말 국토부로부터 안전성 검토를 거쳐 화물 운항 승인을 발급 받았다.
올해 역시 무너진 국제선 수요를 상쇄하기 위해 화물 운송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항공운송협회(IATA)는 2024년은 돼야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한 항공 수요가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중 콜드체인(저온유통) 시설을 갖춘 대형항공사들은 향후 본격화 될 코로나19 백신 수송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갖추고 있는 콜드체인 시설 점검 및 보강을 강화하는 한편 현황 모니터링과 함께 최적의 운송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논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해는 반도체 호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호재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업무증가 등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가 새해에도 지속 될 것이란 분석이다.
통상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이 항공사의 전체 화물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에 그치지만 화물 운송 수익 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아시아나항공이 새해 첫 수송한 화물 역시 반도체와 전자 장비 관련 81톤 물량이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항공산업 구조 개편이 크게 일어날 것”이라며 “대형사와 LCC별로 통합이 가속화 되고 신생항공사가 들어오는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트워크 기반의 산업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통합 이후 신규 노선에 항공기를 새로 투입하는 등 공급을 늘리면 시장점유율이 그 이상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재편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