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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설민석 내세운 ‘선녀들’ ‘벌거벗은 세계사’가 떠안은 난제


입력 2021.01.08 01:00 수정 2021.01.07 21:1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벌거벗은 세계사' 9일,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 10일 결방

tvN·MBC 측 "차주 방송 여부 미정, 프로그램 방향 논의 중"

ⓒtvN

‘스타 강사’ 설민석을 내세웠던 프로그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의 하차가 공식화되면서 그의 빈자리를 채울 마땅한 인사를 찾기도 쉽지 않고, 중심축으로 활약하던 그를 제외하고 방송을 이어 가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시키는 것도 쉽게 결정할 수 없어 난감한 모양새다.


설민석은 최근 방송에서 잘못된 역사 정보를 전달한 것에 이어 과거 쓴 논문에 대한 표절 문제가 불거지자 이에 사과하고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인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와 tvN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도 그의 하차를 공식 발표하고 추후 방송 방향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tvN과 MBC 방송 편성표에 따르면 각각 9일과 10일 방송될 예정이었던 ‘벌거벗은 세계사’와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는 결방된다. 대신해 이 시간에는 영화 ‘관상’(tvN)과 ‘트로트의 민족 스페셜’(MBC)가 대체 편성됐다. 이로써 ‘벌거벗은 세계사’는 2주,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는 4주 연속 결방 사태를 맞게 됐다.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의 경우는 MBC 직원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 판정이 겹치면서 결방 기간이 더 길어졌다.


결방 시기가 길어지는 건 그만큼 제작진이 설민석의 공백에 대한 대안을 찾지 못함을 의미한다. tvN과 MBC 관계자는 이번 주 결방을 비롯해 차주 방송 여부에 대해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 현재 프로그램 방향을 두고 계속해서 논의 중에 있다”고 말을 아꼈다. 사실상 당장 다음 주 결방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말이다.


ⓒMBC, tvN

‘벌거벗은 세계사’는 정식 명칭 자체가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로, 그의 이름을 내세워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설민석이 이 프로그램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설민석의 강연 형태로 진행되고 다른 출연진은 일종의 패널의 위치에 있다.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배움 여행으로 대한민국의 곳곳을 돌아다니는 포맷의 이 프로그램에서 중심은 설민석이 지키고 있던 터였다.


결국 설민석의 하차는 프로그램에 치명타다. 실제로 설민석이 일으킨 논란들과는 별개로 그는 업계에서 독보적인 ‘정보 전달자’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재미있는 입담과 과장된 연기력으로 역사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를 높였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그의 역할을 대체할 사람을 찾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은 출연진만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기엔 프로그램의 취지를 이어가기 어렵다.


이에 따라 방송사의 논의가 길어지자 일각에서는 프로그램의 폐지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믿고 봐왔던 프로그램에서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최근 방송가에 번진 ‘교양형 예능’ 자체에 대한 의구심까지 커지고 있다. 설민석의 이번 논란을 계기로 방송사의 출연자 섭외와 방송의 정보전달 내용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작가는 이에 대해 “작가 시점에서 본다면 출연진 섭외나 방송 내용에 대한 경각심 때문에 이른바 ‘설민석 사태’가 일어난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제작진이라고 해도 과거의 일까지 모두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또 교양형 예능의 가장 큰 메리트는 어려운 전문 분야를 시청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흥미롭게 전달한다는 건데, 설민석과 같은 유명 강사가 아니라 진짜 전문가가 나온다면 검증은 확실하겠지만 쉽게 설명해준다는 메리트를 가질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번 사태가 방송 내용에 대한 검증이 부족해 생긴 일이라는 점에서는 분명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로 교양형 예능이 모두 부실하다는 인식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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