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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없는 완성차 중견 3사, 지속성장 '비상'


입력 2021.01.11 13:27 수정 2021.01.11 13:5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한국GM·르노삼성 국내 생산 전기차 全無

쌍용차 새 투자자 못 찾으면 E100 출시 불투명

국내외 내연기관 퇴출 스케줄 못 맞추면 도태 불가피

중견 완성차 3사 공장 전경.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국GM 부평공장, 르노삼성 부산공장, 쌍용차 평택공장. ⓒ데일리안 DB

자동차 산업의 무게중심이 급격히 전기차 쪽으로 쏠리고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직접 생산하는 전기차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주요 국가 및 기업별로 내연기관의 퇴출 및 전동화 스케줄이 속속 발표되는 상황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만 만들고 있다가는 지속가능성을 보장받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중견 완성차 3사는 국내에서 전기차 생산계획이 없거나 당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당분간 내연기관 위주로 생산시설이 운영될 전망이다.


한국GM의 경우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의 중장기 계획상의 전기차 생산기지에서 제외된 상태다.


한국GM이 GM으로부터 수입 판매하는 쉐보레 볼트 EV. ⓒ한국GM

지난 2017년 2월 스파크 EV가 단종된 이후 한국GM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는 전무한 상태다. 국내 시장에는 쉐보레 볼트 EV를 대체 차종으로 투입했지만, GM 미국 공장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차종이라는 한계가 있다.


한국GM은 올해 볼트 EV의 SUV 버전인 ‘볼트 EUV’를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지만, 이 역시 미국으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차종이다.


르노삼성 역시 지난해 말 SM3 Z.E 단종과 함께 부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전기차가 사실상 사라졌다. 르노 트위지가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이는 초소형 전기차라는 점에서 일반 전기차와 가격이나 용도 측면에서 차이가 있고, 그나마 르노삼성 자체 생산이 아닌, 협력사 동신모텍에서 위탁생산하는 방식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주력 전기차는 르노 본사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조에’다. 한국GM과 같은 처지인 셈이다.


르노그룹은 현재로서는 전기차 시대에 르노삼성의 역할에 대해 명확한 계획이 없는 상태다. 오는 14일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주관하는 그룹 전략회의에서 새로운 경영전략인 ‘Renaulution’이 발표될 예정으로, 여기에 전기차 생산과 관련된 역할이 명시되지 않을 경우 르노삼성의 중장기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자동차가 르노로부터 수입 판매하는 르노 조에.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차는 자사의 첫 전기차 모델이자 국내 첫 준중형 SUV 전기차인 E100을 개발해놓고 있지만, 출시 시기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새 투자자를 찾아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신차 출시 계획도 틀어질 수밖에 없다.


쌍용차는 지난달 법원에 회생절차개시 및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2월 28일까지 시간을 벌었다지만, 이 기간 내에 마힌드라가 진행 중인 새 투자자와의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한다면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


쌍용차는 기업회생 신청 이후 일부 협력업체들이 납품대금을 못 받을 것을 우려해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서 공장 가동도 멈춘 바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E100에 들어가는 배터리 등 고가의 부품들을 조달할 방법이 없다.


쌍용자동차의 첫 전기차 모델 E100 티저 이미지. ⓒ쌍용자동차

중견 완성차 3사의 이같은 상황은 미래 생존과도 직결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오는 2035년 이후 내연기관 차량 판매 중단을 공식 건의한 상태다. 아직 정부의 내연기관 차량 퇴출 스케줄이 구체화되진 않았으나 앞으로 단계적으로 내연기관차 판매에 따른 패널티가 점차 강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주력 수출 시장인 미국과 유럽 역시 자동차 업체들로 하여금 전동화를 서둘도록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35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한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미국 내 최대 자동차시장인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2035년부터 휘발유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유럽의 내연기관 차량 퇴출 스케줄은 더욱 빠르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고, 아일랜드는 2030년, 영국은 2035년부터 판매를 금지한다.


지금부터 전기차 생산체제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내수건 수출이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GM과 르노삼성의 경우 국내에 전기차 개발 기반이 없고, 모기업에서 전기차 모델 생산을 배정해주길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라며 “한국GM은 장기 생산계획에 전기차가 들어있지 않고, 르노삼성 역시 불투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계 완성차 업체들이 본사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계획에서 배제된다면 내연기관만으로는 수출물량이 점차 줄어들 것이고, 내수 역시 가격경쟁력 등의 문제로 수입해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수익모델이 될 수 없다”면서 “환경규제도 충족시키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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