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證, 벤처투자펀드 250억원 출자…유진은 부동산신탁 245억 투자
IBK, 한국증권금융 증자 120억원 투입…"투자회사 전환 가속화될 것"
증권사들이 벤처, 부동산 등 분야에 대한 출자를 늘리면서 투자보폭을 넓히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늘어난 브로커리지 수익을 바탕으로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를 진행해 미래 먹거리를 미리 선점하겠다는 조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을 활용한 출자로 투자회사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움직임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키움증권은 지난 12일 계열회사인 키움인베스트먼트가 결성예정인 '키움뉴히어로3호 스케일펀드'에 250억원 규모의 출자를 결정했다. 이는 벤처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키움증권은 결성예정인 해당 펀드의 자산운용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출자를 결정했다.
벤처업체에 대한 증권사에 펀드 출자를 결정한 경우는 지난해부터 늘어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에도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에 한국투자파트너스, 아이엠엠(IMM)·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함께 1000억원 이상의 벤처펀드를 신규 조성하는데 출자했다. 한화투자증권도 56억원 규모로 '한화소재부품장비제1호투자조합'을 신규결성하고 벤처캐피탈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업 확장은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벤촉법 시행으로 창업투자회사와 벤처펀드들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투자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기존에 개인투자조합으로만 결성할 수 있던 엑셀러레이터가 법 시행 이후 벤처투자조합으로도 결성할 수 있게 되면서 증권사를 비롯한 법인 출자자 모집이 쉬워졌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키움인베스트먼트가 투자자산을 반도체, 미래차, 뉴딜 분야 등 소부장 기술혁신기업으로 신산업 분야로 확대하면서 고수익이 예상되는 데다 정부에서 벤처 시장 투자를 확대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좋은 상황"이라며 "이번 출자는 계열사에 대한 지분투자이지만 향후 직접적인 투자로도 벤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대체투자에 대한 증권사의 투자도 활성화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11일 신영부동산신탁에 245억원 규모의 출자를 결정했다. 이번 출자는 신영부동산신탁이 진행하는 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의 일부에 대한 투자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번 출자로 신영부동산신탁 주식 490만주를 추가로 취득했다. 이에 총 보유주식수가 700만주로 늘어나 35%의 지분율을 확보했다.
이번 출자는 자산확대로 인해 늘어날 부동산신탁업의 수익률에 선제적인 투자를 위해 이뤄졌다. 신영부동산신탁은 이번 증자로 기존 300억원 수준이던 자본금이 1000억원대로 뛰어오르면서 대신자산신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형 신탁사로 도약하게 됐다. 신영부동산신탁은 늘어난 자본력과 함께 올해 새로 인가 받은 사업비 조달을 신탁사가 부담하는 방식의 차입형 토지신탁 업무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투자은행(IB)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대체투자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부동산신탁업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서 유지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공실률이 높아지는 등 위험성이 상존했지만, 올해 차입형 토지신탁 업무를 인가 받아 새로운 수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도 한국증권금융에 119억7000만원을 출자했다. 이번 출자는 한국증권금융이 자본시장 지원을 위해 추진하던 61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대한 간접투자 방식으로 이뤄졌다. 증권사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주식대차 업무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증권금융은 20년 만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 자본시장의 지원 역량을 확충하고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또 금융 인프라 지원 기능 확대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금투업계에서는 이 같은 증권사들의 출자 및 지분확대 투자 전략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현재 영업이익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자기매매 부문의 수익성이 둔화되는 반면 투자은행, 자산관리, 자기자본투자 등 투자분야가 다시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증권사들이 과거와 달리 금융상품의 단순한 중개 기능 외에 주도적인 상품 개발, 공급자 역할뿐 아니라 자본력을 바탕으로 운용·투자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며 "금융당국도 적극적으로 초대형IB의 출범을 유도하면서 대형 증권사들의 수익성 다각화를 부추기고 있는 만큼 향후 투자자산의 다각화 전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