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돈 안되는 사업 과감한 매각 지속
‘선택과 집중’...사업구조 재편 속도 차원
LG전자가 만성 적자가 지속 중인 스마트폰 사업 매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실용주의 노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계열사들의 비주력·비핵심·적자 사업들을 과감히 매각해 온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1일 재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전날 수년간 적자를 기록한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사업본부에 대해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 검토를 공식화한 것은 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6월 부친인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총수 지위에 오른 뒤 실용주의 경영 노선에 기반해 선택과 집중의 기조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불필요한 비주력·비핵심·적자 사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하면서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이미 취임 이후 LG화학의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업체에 매각한 것을 비롯, LG전자의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하고 수처리사업을 정리했고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도 스타트업(신생벤처)에 매각했다.
올해로 취임 4년차를 맞아 이러한 실용주의 노선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오긴 했지만 LG전자의 스마트폰을 매각 리스트에 올린 것은 상당히 과감한 행보로 업계에서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 매각이 이뤄질 경우 구 회장의 실용주의 노선 하에 선택과 집중 기조는 더욱 강화되면서 성장성이 높은 사업들을 중심으로 한 사업재편도 더욱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나겠다는 목표다.
이미 기존 가전과 화학 등 주력 사업 외에 전장·로봇·인공지능(AI)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세계 3위의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것도 전장부품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LG그룹은 앞서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부품(LG전자·LG이노텍)·차량용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전장솔루션들을 갖춰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를 갖춘 상태다.
로봇사업도 구 회장이 취임한 이후 계속 강화되고 있다. 취임 직후인 2018년 7월에 제조용 로봇업체 ‘로보스타’ 경영권을 인수한 데 이어 그해 말 여러 조직에 흩어져 있던 로봇 관련 부서를 통합해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로봇사업센터’를 신설하며 경쟁력 강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는 안내로봇·홈로봇·셰프봇·서브봇 등을 상용화하고 수트봇·포터봇·카트봇·살균봇 등을 선보이며 다양한 로봇 솔루션들을 제시하는 결과물로 이어지고 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을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부로 이관해 LG전자 5대 주력 사업(H&A·HE·MC·VS·BS) 군에 편입시키며 미래 성장동력임을 강조했다.
AI분야에서도 지난 7일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LG CNS 등 16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전담 조직인 'LG AI 연구원(LG AI Research)'을 출범시키는 등 AI를 그룹 차원의 신사업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 LG전자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TV 광고·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를 인수해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강화하고 핵심 생산기지인 창원사업장에 약 500억원을 투자해 생활가전 통합시험실을 구축해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가속화하는 등 선택과 집중 기조 하에 기존 사업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재계에서는 올해 구광모 회장이 실용주의 노선과 선택과 집중 전략을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비주력 사업 매각과 함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이 병행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 6월 말이면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지 만 3년이 된다”며 “4세 경영인으로서 선대 회장들과 확실한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룹의 미래를 이끌 신성장 동력 확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