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만져도 옷 안 벗기면 성폭력 아냐" 印 판결에 공분

인도 판사 "징역 받을만한 성폭행 아니다"

성희롱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 선고

인도 법원이 여자 어린이를 추행한 남성에 대해 옷을 벗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2019년 뉴델리 시위 ⓒ뉴시스

CNN은 26일(현지시간) 지난 19일 39세 A씨가 12세 소녀를 상대로 몸을 더듬는 등 성폭행을 저지른데 대해 인도 뭄바이 고등법원 푸슈파 가네디왈라 판사가 무죄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2016년 12월 구아바를 준다며 여자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후 소녀의 가슴을 만지고 속옷을 벗기려고해 아동 성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하급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자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그러나 가네디왈라 판사는 지난 19일 열린 재판에서 남성의 범행은 인정했지만 옷을 벗기지 않아 피부와 피부가 맞닿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을 받을 만한 성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는 "사안이 중대하기 때문에 더 엄격한 증거나 심각한 혐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성희롱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 소식이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인도 현지는 들끓고 있다. 판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중.

인도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는 비영리 사회 연구 센터의 란자 나 쿠마리 소장은 이번 판결이 "수치스럽고, 터무니없고, 충격적이며, 사법적 신중함이 결여 된"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의 카루나 눈디 대법관은 "이같은 판결은 소녀들을 상대로한 범죄를 더이상 처벌받지 않게 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낸 뒤 "판사들도 기본권에 대해 재교육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BBC에 따르면 2019년 인도에서는 16세 이하와 10세 이하 어린이를 상대로 각각 2시간 35분, 13시간마다 성폭행 범죄가 발생했다. 또한 인도국가범죄기록국(NCRB) 통계에 따르면 매일 88건에 달하는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