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29일 여당 비공개 업무보고…'공매도 방어전' 주목
'전산 시스템 구축 안 되나'질문에 어떻게 답변하나 '난감'
공매도 거래에 대한 전산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관련 정책기관인 금융위원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불법 공매도를 사전 적발하기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은 이미 금융위가 기술적 한계 등을 이유로 포기한 사안인데, 선거를 앞둔 여권이 다시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정치권도 '불가피한 상황'에 동의한 사안인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매도 주문을 받는 증권사들에 대해 전산시스템을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위는 내부적으로 관련 사안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공매도 논의에 있어 전산 시스템구축은 금융위의 아킬레스건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물론 전직 금융당국 수장들도 공매도 논란 때마다 무차입 공매도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비용과 효율성 문제 등으로 어렵다며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특히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민주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들에게 신년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왜 전산 시스템 구축이 안 되나'는 의원들의 서릿발 치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은 위원장은 지난달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전산 시스템상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다 집어넣으면 만들 수는 있는데, 너무 많은 노역이 들어간다"면서 "현재 한국거래소 전산시스템에서 공매도만 특화된 시스템 구축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전산화' 금융위 아킬레스건…여당 어떻게 설득하느냐 '관건'
그동안 금융위는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 적발하는 시스템 구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후 처벌 강화하는 방안쪽에 무게를 실어왔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된 부분이다.
현행법상 빌리지 않은 주식으로 공매도를 하는 건 불법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기관투자자들이 무차입 공매도를 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실제 증권업계에서는 무차입 공매도의 상당수가 손으로 입력하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차입자가 대여기관에 전화나 메신저로 차입요청을 한 후 차입결과를 수기로 적어 넣다 보니 주문 실수(팻 핑거)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한시적 금지를 해제하려면 먼저 사전 적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과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들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이에 금융위는 여당에 공매도 거래에 대한 전산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현실적 이유를 설명하고 사후 적발 성격인 불법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제시하며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018년 실시간 주식 잔고·매매 수량을 실시간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시스템 구현 및 집행상 오류 가능성으로 계획을 접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개정된 자본시장법으로 불법 공매도를 하면 1년 이상 징역형이 가능하고 유상증자에는 공매도 세력이 참여할 수 없는 등 제도가 개선됐다"면서 "여기엔 공매도를 위한 대차 계약을 메신저나 전화로 체결하더라도 녹취나 메신저 화면 캡처 등 위변조가 불가능한 전자적 방식으로 보관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