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탄핵에 미온적이던 與지도부, 입장 바꿔 추진
범여권 107명 이미 찬성…국회서 가결 가능성 높아
'사법부 길들이기' 논란에도 "임무 방기 안돼" 강경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를 허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법관탄핵 시도는 두 차례 있었지만, 실제 이뤄진 적은 없다.
게다가 임 판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 논란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사법부 흔들기'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8일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헌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임 부장판사에 대한 의원들의 탄핵소추 추진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탄핵소추안은 발의 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적 논란을 의식한 듯 '당론'에는 선을 그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들의 개별적인 발의를 허용하고 국회법에 따라 자율적으로 투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법농단 의혹을 폭로한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은 임성근·이동근 부장판사 두 명에 대한 탄핵소추를 말했으나, 당 지도부의 미온적 입장에 임 판사만 추진하는 쪽으로 수정 제안을 올렸다.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이 상대적으로 죄질이 더 나쁜 임성근 판사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고 전했다.
법관의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100명)이상의 동의로 발의될 수 있으며, 의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150명) 찬성이 필요하다.
이미 이탄희 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범여권 107명의 국회의원이 법관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압도적 찬성 여론으로 볼 때 국민의힘 등 보수야당의 찬반과 관계없이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에는 헌법재판소가 최종 탄핵 결정을 내린다.
임 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의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임 판사에 대해 법리상 무죄를 선고했지만, 임 판사가 산케이신문 기자의 재판에 관여한 것은 헌법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임 판사는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아 임기 만료로 2월 중 퇴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탄핵이 되면 공무원연금법 제65조에 따라 5년간 변호사 등록과 공직 취임이 불가능해진다. 연금 수령도 일반 퇴임 퇴직 수당의 절반으로 제한된다.
김 원내대표는 "임 판사의 재판 기록을 보면 명백하게 헌법을 위배했다고 명시돼 있다"며 "헌법 위반에 따른 탄핵권을 국회가 갖고 있는데 탄핵하지 않는 것은 임무 방기라는 의원님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