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주 목표치, 전년 수주실적 대비 35%~40% ↑
환경규제에 조선시황 '맑음'…"실적정상화 진입 기점"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올해 수주 목표치를 지난해 수주실적보다 대폭 상향 설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수주 부진을 만회하고, 올 하반기 일감 '보릿고개'가 닥치기 전에 건조량을 충분히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선박 수주 목표치를 총 148억6300만 달러(약 16조6000억원)로 설정했다. 지난해 수주 실적 100억 달러(약11조1500억원)보다 48.6% 높고, 지난해 목표액 110억 달러(약12조2600억원)보다 35.1%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총 77억 달러(약 8조5800억원)치를 수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주실적 56억4000만 달러(6조2846억원)보다 37% 높을뿐만 아니라 지난해 목표치 72억 달러(약 8조200억원)보다 7% 높은 수치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로 지난해 수주실적 54억 달러(약 6조150억원)보다 42.9%나 높은 78억 달러(8조6900억원)를 설정했다.
조선 3사가 이처럼 공격적인 수주 목표를 제시한 것은 글로벌 조선 시황 개선 흐름을 틈타 실적 반등을 이루고 올 하반기 일감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국의 조선해운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의 선박 수주 규모는 2019년 228억 달러(약 25조4100억원), 2020년 183억 달러(약 20조4000억원) 등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7%, 19.9% 줄었다.
이같은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면 조선사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선박을 짓는 도크가 비는 '일감 부족'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말 대량수주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주량은 부족한 수준이고 특히 2022년 인도물량이 크게 부족하다"며 "올 1분기 내 2022년 인도물량을 대거 수주하지 못하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일감 부족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올해는 글로벌 조선 시황이 개선되면서 조선사들이 수주 목표를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내년에는 유럽연합의 선박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선박 에너지효율지수(EEXI) 도입 등 대대적인 환경규제 강화가 예정돼 있어 오염물질 배출량이 높은 노후선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과 맺은 액화천연가스(LNG)선 계약 물량 발주도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페트롤리엄은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과 약 100척 도크 계약을 맺었으며 올해부터 2024년까지 연간 20~30척씩 수주가 예상된다.
이밖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등 글로벌 친환경 기조는 LNG 수요를 높여 LNG선 수요를 견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조선사는 LNG선 건조 부분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LNG선 수요 상승이 수주실적으로 직결된다.
양 선임연구위원은 "강화되는 환경규제 덕분에 해운시황과 관계없이 선박 교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올해는 조선사들이 필요한 일감을 확보해 실적 정상화로 진입하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