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가제재 예고했지만 실효성 떨어져
국제사회가 압박해도 中 '뒷배' 역할 우려
국민 저항 여부에 정세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
미국이 미얀마 군부의 정권 장악을 '쿠데타'로 규정하며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언급대로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 압박 강도가 높아질 전망이지만, 미얀마 군부와 가까운 중국은 "국내 문제"라며 국제 공조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미얀마 '국내 이슈'로 촉발된 쿠데타가 미중 대립이라는 '국제 이슈'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미얀마 국민들의 '쿠데타 저항' 여부가 향후 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2일(현지시각) "사실관계와 정황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버마(미얀마)의 집권당 지도자 아웅산 수치와 적법하게 선출된 정부 수장 윈민이 2월 1일 군사 쿠데타로 물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사건을 '쿠데타'로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당국자는 "이런 평가는 버마 정부에 대한 대외 원조에 대해 일정한 제약을 촉발할 것"이라며 "우리는 최근 사태와 관련해 우리 원조 프로그램에 대한 광범위한 재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버마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수혜가 돌아가는 프로그램은 지속될 것"이라며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받아온 로힝야족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얀마에 대한 대외 원조 중단 방침을 밝혔지만, 제재 목적인 군부 압박에 있어선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보건 등 인도적 지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미얀마 정부로 유입되는 금액은 극히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대한 '핀셋 제재' 역시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도입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미국은 로힝야족 학살 및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군부 핵심 인사 4명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하지만 군부 인사들이 미국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실질적인 타격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현시점에서 미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국제공조를 통한 압박'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미얀마와 거래한 제3국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파급력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도입되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유엔 안보리, 中 반대로 결론 못내
中 왕이, 보름여 전 쿠데타 주역과 회담
문제는 미얀마 군부가 중국과 가깝다는 데 있다. 미국이 제재 강화와 국제사회 압박을 추진하더라도 미얀마 군부가 북한처럼 중국을 뒷배 삼아 '버티기'에 나설 경우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긴 어려울 거란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는 중국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종료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15년 미얀마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군부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국은 미얀마 무역에서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한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쿠데타 발생 보름 전 미얀마를 찾아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국방군 최고사령관을 만나기도 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번 쿠데타를 이끈 인물로 미얀마군 TV는 쿠데타 직후 "권력이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이양됐다"고 전한 바 있다.
다니엘 러셀 전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버마 군부는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에 면역이 돼 있어 추가 제재가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며 "동남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중국은 군부를 지원할 수 있는 호재로 여기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외부 압박과 함께 내부 동력도 있어야"
온라인상에서 저항 움직임 감지돼
미얀마를 두고 미중이 사실상 대립전선을 구축한 가운데 미얀마 국민들의 저항 여부가 향후 정세를 좌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미국의 경제제재, 국제사회 압력과 함께 미얀마 국민들의 '불복종'이 뒷받침돼야 "군부 내 매파와 비둘기파 사이에 균열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외부에서 아무리 압박 해도 미얀마 내부 동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신 및 현지 소셜미디어 게시글 등을 살펴보면, 미얀마 국민들의 저항 움직임이 감지된다.
최대 상업도시인 양곤에선 이날 오후 8시를 전후해 일부 시민들이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냄비 등을 두들기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AP통신에 "북 등을 두드리는 행위는 미얀마에서 악마를 쫓아내는 문화"라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일부 병원 의료진이 쿠데타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검은 리본을 달았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최소 20개의 국립병원 의료진이 저항 의사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러한 저항은 간접적·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거리 시위 등 본격적 반발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얀마 군부, 권력 장악 '속도전'
한편 외신들은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정당성을 강조하며 "폭동과 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매체나 개인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전했다.
군부는 이날 11개 부처 장관을 새로 임명한 데 이어 중앙은행 총재에 친군부 인사를 앉히는 등 권력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