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C, LG-SK 배터리 기술 도용 여부 10일 최종 판단
합의금 규모 놓고 양사 주장 팽팽…최종 판단 이후 합의 나설 듯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기술 분쟁이 이번주 결론을 앞두고 있다. 햇수로만 3년째인 법적 다툼 결과에 따라 양사의 명운도 결정될 전망이다.
최종 판결을 앞두고 양사가 합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합의금 규모에 대한 이견이 워낙 커 극적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소송 결과를 받은 뒤 구체적인 액수와 방식을 두고 추후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전지사업부)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기술 도용 여부와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단이 오는 10일(현지시간) 나온다.
앞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자사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핵심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핵심 영업비밀이 유출됐다고 주장한다. ITC는 지난해 2월 SK 조기패소 결정(예비결정)을 내렸으나 SK의 요청으로 두 달 뒤인 4월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과에 따라 양사의 명운도 결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부품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다.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할 경우 배터리 소재를 원칙적으로 미국에 수출할 수 없고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가동에도 제한을 받게 된다.
소송비용만 수 천억원이 투입됐고, 합의금은 수 조원으로 추산되면서 업계는 양사가 ITC 발표 이전 합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양사의 합의금 편차가 심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에 2조8000억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수 천억원대를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조원 이상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양사는 상대방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까지 SK이노베이션의 제안이 협상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인데 논의할만한 제안이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현재 SK가 제시한 배상금과 배상방식은 기본적으로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제안한 액수가 LG측의 기준에 크게 미달했음을 시사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LG가 정확히 어떤 영업비밀을 얼마만큼 침해했는지에 대해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높은 배상금을 요구한다"며 맞서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없는 상황에서 거액의 합의금을 일방적으로 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SK로선 악의적으로 기술탈취를 했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는 것일 뿐 아니라 주주들에게 배임으로 낙인찍힐 가능성도 있다. 또 후발주자로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 조원의 합의금은 재무적으로 부담이 크다.
양사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당장 이번주로 다가온 최종 판결 전까지 극적 합의를 도모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양사는 ITC 판결이 자사에게 유리하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ITC 발표 이후 후속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종 승소할 경우 60일간 심의 기간이 주어진다. SK이노베이션은 공탁금을 걸고 LG와 합의를 시도할 수 있다. 소송 결과 발표 후 60일 이후에는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급적 이 기간 안에 합의를 해야 한다.
아울러 SK는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ITC 최종 결과 효력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수입금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60일이라는 '골든타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영업비밀 침해건을 두고 앞서 5곳의 기업이 ITC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패소 결정이 뒤집힌 적은 없었다.
조기패소 판결과 관련해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를 인정하되 수입금지 여부를 별도로 결정하도록 하는 추가 조사 개시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경우, 미국 주·시정부, 협력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이 공청회를 열고 SK 제품의 수입금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ITC가 예비결정을 뒤집고 수정 지시를 내릴 수 있다.이렇게 되면 예비결정을 내린 행정판사가 사건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 소송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고 최종 결정까지는 6개월 가량 소요된다.
이 경우에는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SK에게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로, 양사의 합의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양사는 최종 결과 전후로 소송과 여론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배상액에 대한 제시안 편차가 큰 만큼 한동안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사업장 대규모 투자 등 시장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 최근 들어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화해를 촉구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압박을 가하고 있어 끝내 합의를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일 합의금이 수 조원대라면 한 번에 감당하기에는 SK에게 부담이다. 따라서 일시금 지급 보다는 일정 기간을 두고 나눠 지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증권가에선 SK측이 상장을 앞둔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주식 절반을 LG가 투자하는 형식으로 LG측에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치명적인 손해를 입게 된다"면서 "양사는 소모적인 공방 보다는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대안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