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소음에 시달린 20대男, 둔기 휘둘러
"살인 고의성 없었다"며 국민참여재판 신청
배심원 9명 만장일치 '유죄'
옆집 소음에 수개월 시달리다 못참고 이웃집에 쫒아가 고무망치를 휘두른 20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진원두)는 살인미수와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24)씨에게 지난 4일 배심원 평결을 토대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김씨의 옆집에 50대 남성이 이사를 오면서 시작됐다. 50대 남성은 심한 욕설과 고성, 현관문을 쾅 닫는 소리, 남녀가 싸우는 소리 등 생활 소음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김씨는 수면 장애가 생길 정도였다. 옆집에 항의를 해보고 집주인에게도 호소했으나 나아지는 건 없었다.
집주인은 옆집이 곧 이사간다는 말을 했고, 김씨는 그 말만 믿고 버티며 생활했지만 결국 사건은 발생했다. 지난해 9월 8일 새벽 2시쯤 50대 남성이 술에 취해 일으키는 소음에 잠에서 깬 김씨는 그만 참지 못하고 고무망치와 목장갑을 챙겨 옆집으로 들어간 것. 그리고는 옆집 남성의 머리 등을 향해 여러 차례 둔기를 휘둘렀다.
50대 남성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119에 신고했고, 범행 후 도망친 김씨는 망치를 인근 개천에 버린 뒤 경찰에 자수했다.
살인미수와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씨는 "화가 나서 때리긴 했으나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김씨 측은 6개월간 반복된 생활 소음에 수면 중 발작을 일으키는 등 수면장애를 앓았고, 심리적으로도 매우 불안해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살인미수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는 또 고무망치가 집에 현관에 놓여 있어 당시 눈에 보이는 걸 들고 간 것이지, 고무망치를 고의로 들고 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하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김씨 측 변호인에 따르면 김씨는 어릴 적 여동생을 교통사고로 잃고 가정불화로 인해 중학교 친구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원룸에서 월세 25만원에 5년째 살고 있었으며 이사를 갈 수 없었던 형편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가 피해자로부터 받았을 스트레스는 이해하지만, 범행 현장에 피가 낭자할 정도로 망치를 휘둘렀고, 피해자 머리 왼쪽이 심하게 금이 가고 뇌출혈까지 있어 사망 가능성이 컸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의 중대성, 피해 정도, 범행도구 등을 고려해 죗값을 물어야 한다. 피해자와 합의했으나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살인미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양형은 6명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또는 3년을 선택했고, 1명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택했다. 징역 1년 6개월과 4년의 실형을 선택한 배심원도 있었다.
춘천지법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는 배심원 평결을 토대로 지난 4일 김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