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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의 핀셋] 논란의 아스트라제네카, 일단 맞고 보자는 정부


입력 2021.02.09 07:00 수정 2021.02.08 21:46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65세 이상 고령층에 효과 검증 부족

독일·프랑스·스웨덴 등 65세 이상에게는 사용않기로

식약처 전문가 자문단 "65세 이상 효과 자료 불충분"

ⓒAFP/연합뉴스

당장 이달 말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정부가 확보한 백신 중 가장 빠르게 접종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밖에 없는 상황에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백신의 효능이 있느냐에 대한 논란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임상에 고령자가 1만명 정도 참여했고, 모더나 임상에 고령층이 8000명가량 참여한 것과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에는 고령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 임상시험 참가자 중 만 65세 이상 고령자는 10% 미만으로, 화이자·모더나 백신 임상에서 65세 이상 비율이 각각 21%, 25%인 데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런 논란 탓에 핀란드는 70세 미만, 독일·프랑스·스웨덴·오스트리아는 65세 미만, 폴란드는 60세 미만에게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허용하기로 했다.


벨기에는 '55세 미만'까지 접종 나이를 더 낮췄고, 이탈리아는 55세 이상의 경우 건강한 사람에 한해 맞을 수 있도록 했다. 스위스는 아예 허가 승인 자체를 보류했다.


최근 우리나라 식약처의 두 번째 전문가 자문단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역시 "만 65세 이상은 효과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접종을 신중히 결정하라"는 주의사항을 달고 허가 의견을 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65세 이상 접종 허용 여부와 상관없이 예방접종 우선순위를 기존 계획대로 유지하기로 하고 대상 명단을 추리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에 따르면 이달부터 노인요양병원·시설 입소자들을 시작으로 5월부터는 노인재가·복지시설 이용자, 65세 이상 노인 등에게 집중적인 접종이 이뤄지게 된다.


감염에 취약한 고령자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상반기에 마무리하는 게 정부의 목표다. 국내 백신 도입 일정표 상 올 상반기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데, 효능 문제는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만에 하나 고령자에게 접종했다가 효과가 없다거나 부작용,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면 그보다 더 큰 재난은 없을 것이다. 국민들이 접종할 백신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 문제가 불거질 경우 접종 거부사태가 늘어날 수도 있다.


상반기 접종 계획이 요양시설 고령자들 위주로 잡혀 있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주로 공급된다는 점이 안타까운 일이다. 2분기 모더나, 3분기 화이자 백신이 속속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지만, 올봄은 또 어떻게 넘겨야 할까.


질병관리청이 고령층 접종 불가로 최종 결정을 내리면 초기 백신 접종 계획이 틀어질 수 있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자 접종을 쉽게 허용했다가는 후폭풍이 두렵다.


그렇다고 해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국가 차원의 백신 접종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 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의료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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