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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의 모난돌] 특금법에 과세 목전인데…제도화 아니라는 정부


입력 2021.02.15 07:00 수정 2021.02.14 20:10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내달 거래소 요건 규정한 특금법 시행…내년부터 수익에 세금 부과

법제화에도 '제도화' 해석엔 난색…현실 외면 속 투자자보호도 난망

지난달 서울 빗썸 강남센터 암호화폐 시세 현황표 모습. ⓒ연합뉴스

연초부터 가상자산(가상화폐)시장이 뜨겁다. 시세 급등락과 유력기업들의 투자 소식,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강경발언 등으로 온탕과 냉탕을 오가더니 최근에는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가까운 시일 내에 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판매하겠다고 밝히면서 비트코인 개당 가격이 5000만원을 넘어서는 등 신고가를 경신했다.


달라진 것은 비트코인 가격 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다음달 25일부터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규제하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특금법)’이 본격 시행된다. 이 법이 시행되면 기존 거래소들은 오는 9월까지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춰 금융당국 신고를 마쳐야만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무법지대’에 놓여있던 가상자산거래소 등이 법적 지위를 부여받게 됐다는 점에서 특금법 시행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소수의 대형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는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정상영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당장 주요 신고요건 중 하나인 실명인증계좌 발급에 대해 은행권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중소거래소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들도 이번 특금법 시행 등으로 적지 않은 변화를 겪게 된다. 앞으로는 실명확인입출금계좌 거래소에서만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해 법인계좌로 서비스를 이용해왔던 이들의 경우 기존 거래소 이탈과 신규 진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한층 까다로운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거래소가 자금세탁방지(AML) 규제 준수 차원에서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보다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가상자산 거래 시 발생한 소득에 대한 세금도 부과될 예정이다.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이 연 250만원 이상일 경우 초과분의 20%를 기타소득으로 분리 과세하기로 했다. 과세표준이 되는 가상자산 소득금액은 양도대가(시가)에서 취득가액·부대비용을 뺀 금액이며, 내년 1월 1일 이전부터 보유한 가상자산은 과세 하루 전인 2021년 12월31일 당시의 시가를 취득가액으로 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러 제도 변화와 논의 속에서도 유독 변화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가상자산을 대하는 정부와 관계당국의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 특금법과 과세 예고에도 “(가상자산의) 제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일례로 특금법의 경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에 따라 거래소 등에 고객확인과 자금세탁방지 의무 등을 부과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당국이 이처럼 몸을 사리는 배경에는 가상자산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강해서다. 지난 2017년 투자광풍과 김치프리미엄 등으로 점철됐던 가상자산 폭락장 등 일련의 트라우마가 채 가시지 않은 데다 섣부른 제도화 편입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신중’이라는 미명 하에 가상자산시장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투자자 보호 역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당장 특금법이나 개정 세법 어디에도 거래소 위법행위 등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과 같은 투자자 보호방안은 담겨 있지 않다. 이제는 개인투자자를 뛰어넘어 시중은행 등 기관들도 가상자산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더 이상의 현실 외면은 안 될 일이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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