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석 시작으로 코로나19 여파 속 '연임' 대세
보험사 CEO들 9명 줄줄이 이달 임기만료 앞둬
윤석헌 임기 두달 남기고 퇴진론 '리더십 흔들'
금융권 수장들의 '인사시즌'이 시작됐다. 민간 금융사에서는 4일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연임을 시작으로 임기만료를 앞둔 최고경영자(CEO)의 인사가 줄줄이 예고됐다. 보험업권에선 이달에만 임기를 마치는 CEO가 9명에 달하는 등 인사태풍이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당국과 유관기관 쪽에서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다. 금융권 일각에선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5월까지 임기 두 달을 남기고 사면초가에 몰렸다.
최근 금융사에 대한 무리한 징계로 금융권 불만이 높아진 상황에서 그동안 아군 역할을 해온 노조마저 등을 돌리며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와 금융혁신에 앞장서며 정부의 입맛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관리 부실 책임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자가발전식' 연임론을 띄운 것이 결과적으로 역풍을 불렀다는 시각도 있다.
벌써부터 금감원 안팎에선 차기 금감원장에 대한 하마평이 흘러나온다. 정은보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최운열 전 의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등이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금감원장이 될 공산이 큰만큼 정권과 코드가 통하는 인물 앉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금융공공기관 가운데 이달 3년 임기가 끝나는 한국투자공사 최희남 사장의 후임 인선을 두고 투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한국투자공사는 사장 공모를 내고 인선 절차에 돌입한 상황이다. 송인창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를 비롯한 관료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최 사장의 연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코로나19 여파 속 'CEO 연임' 대세…"안정적 리더십 필요"
민간 금융사에선 코로나19 위기대응을 위한 'CEO 연임'이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금융시장이 변동성 위기에 노출된 상황에서 변화 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선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CEO들이 대부분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사장 9명이 이달 동시에 임기가 끝나는 인사철인데도 시끄럽지 않은 것은 대부분 연임이 확정됐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임기만료를 앞둔 보험사 CEO는 총 9명으로 생보업계에선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과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사장, 조병익 흥국생명 사장, 뤄젠룽 동양생명 사장, 시예저치앙 ABL생명 사장 등 5명이다.
손보업계에서는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과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등 3명의 임기가 끝나고, 코리안리의 원종규 대표도 이달로 임기를 마친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의 연임은 이미 확정된 상태다. 삼성화재는 내달 1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사장에 대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메리츠화재는 4일 이사회를 열고 김용범 부회장에 대한 재선임 안건을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하기로 하면서 연임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5일 이사회를 앞둔 DB손해보험 김정남 부회장도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도 연임을 앞두고 있다. 한화생명은 오는 1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여 사장을 임기 2년의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조병익 흥국생명 사장, 뤄젠룽 동양생명 사장, 시예저치앙 ABL생명 사장 등 역시 연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선 한국증권금융 정완규 사장이 오는 11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미 지난달 26일 차기 사장 공모절차를 마감하고 옥석가리기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 1급 출신이 사장자리를 돌아가며 맡아온 관행이 이번에도 깨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윤창호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증권사 가운데 키움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이달 사장 임기가 끝난다. 키움증권 이현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화투자증권 권희백 사장의 연임 여부도 주목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리더십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돼 금융사 CEO들의 연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난해 대부분 좋은 실적을 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