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등판 후 시범경기서 모습 감춘 류현진
"많이 상대할 팀에 다 보여줄 필요 없다"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34)의 모습이 사라졌다.
현재 토론토는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서 시범경기에 매진하고 있다. 스프링캠프는 전지훈련의 개념으로 한 시즌 시작 전 선수단이 한데 모여 기량을 점검하고 본격적으로 실전 몸 만들기에 나서는 기간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스프링 트레이닝’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KBO리그의 전지훈련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진행된다. 메이저리그 주전급 선수들은 물론 빅리그에 진입하기 위해 초청받은 선수들, 잠재력이 풍부한 마이너리그 유망주 등 대규모 인원들이 한데 어우러진다.
류현진의 소속팀 토론토는 플로리다에 캠프를 차리고 그레이프푸르트 리그에 속해 지금까지 10경기(6승 4패)를 치렀다. 하지만 류현진은 단 1경기에 나섰을 뿐이며 단 2이닝만을 소화했다.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류현진은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현재 류현진은 자체 청백전에 나서 컨디션을 점검하고 있다. 실제로 류현진은 볼티모어와의 시범경기가 예정된 11일(한국시간), 경기에 나서는 대신 자체 청백전에 출전했다. 투구수는 50개였고 교체 후에는 불펜으로 이동해 15개의 공을 더 던졌다.
지난 시범경기 첫 등판서 30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청백전에서 투구수를 50개로 늘렸다. 정상적으로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을 했다면 예정됐을 투구수다.
류현진은 청백전이 끝난 뒤 현지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서 “계획대로 되고 있다. 시범경기 첫 등판에 비해 투구수와 이닝을 잘 늘린 것 같다”며 “남은 기간 6~7이닝을 던질 수 있는 컨디션과 투구수도 100개까지 던질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시범경기가 아닌 청백전 등판에 대해서도 “많이 상대하게 될 팀에 다 보여줄 필요는 없다. 또 캠프는 투구수와 이닝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시기”라고 말했다.
류현진이 일정대로 등판했다면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볼티모어전 마운드에 올랐을 터. 무엇보다 볼티모어는 지난 6일 이미 만났던 상대다. 류현진의 말 대로 정규 시즌 자주 만나게 될 팀을 상대로 자신의 공을 보여줄 필요가 없는 셈이었다.
능구렁이 기질을 갖고 있는 류현진은 컨디션을 끌어올리면서 자신에 대한 분석을 최대한 감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영리함을 갖춘 그의 의도대로 시즌 개막 후 볼티모어전은 물론 같은 지구 내 팀들을 상대로 극강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