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확정된 후 첫 TV 토론회…신경전 '활활'
김영춘, MB 국정원 불법사찰 문건 읽으며 맹공
박형준, 文정부 '탈원전 정책' 비판하며 '역공'
'어반루프', '매년 일자리 25만 개' 두고도 공방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12일 부산KBS 'K-토크 부산' TV 토론회에서 서로의 주요 경제정책 공약과 이명박(MB) 정부 국가정보원 불법 사찰 의혹,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등을 두고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날 TV 토론회는 여야 후보가 확정된 후 처음 실시됐다.
두 후보는 본격적인 토론에 앞선 인사말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박 후보를 겨냥해 "부산에서 정권을 심판한다는 '정치시장'이 아니라 부산 경제를 살릴 '해결사 시장'이 필요한 때다. 말 잘하는 '말꾼'이 아니라 일 잘하는 '일꾼'이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박 후보는 "문재인 정부 4년 동안의 실정으로 (삶이) 힘들어졌다면 이번에는 국민들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자 박 후보는 부산 경제가 어려워진 이유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정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김 후보를 몰아붙였다. 그러자 김 후보는 "부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해양수산부를 해체시키고 대선 공약으로 걸었던 동남권 신공항을 백지화시킨 게 이명박 정부였다"며 "지역균형발전을 해치는 이런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부산의 발전 동력은 쇠잔해지고 뭘 해도 안 되는 절망적인 도시가 됐다"고 받아쳤다.
박 후보는 이어 김 후보의 '매년 25만 개의 일자리 창출' 공약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박 후보는 "(부산의) 구직단념자가 전부 취직을 해도 남는 숫자다. 굉장히 비현실적 공약"이라며 "막연히 던지고 보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정부 통계 방식대로 이야기를 한 것이고, 21만 개까지 해본 적이 있으니 25만 개도 할 수 있다고 한 것"이라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 2030부산 월드엑스포 유치 같은 사업을 통해서 충분히 수 십 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의 주요 공약인 '어반루프'를 두고도 설전이 오갔다. 김 후보는 "해운대에서 가덕도까지 15분 만에 주파하는 어반루프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세간에서는 '얼빵한 공약'이라는 평가가 자자하다"며 "MB 시절 4대강에 로봇물고기 투입하겠다는 것과 같은 이벤트성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얼빵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며 "10~20년 뒤에는 어반루프 시대가 될 것이고, 미래 기술을 선취하려는 노력 없이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맞받았다.
두 후보 간 신경전은 주도권 토론에서 절정에 달했다. 김 후보는 MB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과 정무수석을 지낸 박 후보가 MB 정권 시절 국정원의 4대강 사업 반대 환경단체 불법 사찰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폈다. 박 후보는 불법 사찰 관여 의혹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역공에 나섰다.
김 후보는 환경시민단체가 국정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공개된 불법 사찰 문건을 직접 들고 나와 박 후보를 압박했다. 김 후보는 "문건을 본 적이 없다고 한 박 후보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까 해서 내용을 소개해주겠다"며 문건 내용을 또박또박 읽었다. 김 후보는 "문건을 보면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고 돼 있다. 홍보기획관이 결정하지 않은 일을 국정원에 요청할 수 있느냐"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박 후보는 "그 문건은 국정원 내부 자료지, 청와대에 보고된 자료가 아니다"며 "청와대에 어떻게 보고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불법 사찰을 지시하거나 국정원에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고 나와 있는 것은) 홍보기획관이라는 제도를 말한 것이지, 개인 박형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고 거듭 결백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거론하며 "이 정부는 법을 어겨가면서 신한울 3·4호기와 고리 6호기, 고리2·3·4호기까지 없애려 하고 있다"며 "(원전 인근이라) 에너지를 원활히 공급받는 부산에 타격이 온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탈원전 정책은 점진적이고 60년에 걸쳐 진행되는 정책"이라며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