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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괴담·연애·극단적 '썰'까지…사연예능의 변화


입력 2021.03.23 10:07 수정 2021.03.23 10:0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다양한 사연+MC의 스토리텔링 결합

코로나19로 달라진 촬영환경도 한 몫

"공감·진정성이 최우선의 가치"

ⓒMBC, KBS joy

시청자들의 사연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해오던 포맷의 사연 예능이 일반적인 고민에 이어 연애, 괴담과 극단적이 '썰'까지 주제를 확장했다. 트로트, 부부, 연예인 관찰 예능 사이에서 시청자의 사연은 이전보다 더 확장돼 주목받는 소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정규편성된 후 첫 방송된 MBC '심야괴담회'는 시청자들이 보낸 괴담을 공모 받아 MC와 패널들의 입담으로 풀어내고 있다. 지난해 1월 파일럿으로 선보였던 '심야괴담회'는 현재 사라진 호러 예능의 빈틈을 파고듦과 동시에 시청자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사연 공모를 접목시켰다.


괴담 공모 뿐 아니라 최고 사연자 선정도 시청자가 참여한다. 방송에 소개되는 모든 결선작 사연에게는 444,444원의 액땜 상금이 지급되고, 각 회차의 1위는 44개의 어둑시니(랜선 방청객)들에게 받은 촛불의 수만큼 추가 상금까지 획득할 수 있다. 44개의 모든 촛불을 받고 1위를 한 사연자는 최대 888,888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


2월 11일 첫 방송한 KBS joy '썰바이벌'은 시청자가 직접 보낸 다양한 '썰'(실제 경험담)을 최근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을 통해 소개하며 매주 최고의 사연을 뽑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극단적인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로 '시간을 돌리고 싶은 최악의 실수'를 주제로 '알몸으로 화장실에 셀프 감금'과 '상사가 애지중지하는 물건 박살' 등의 선택하기 어려운 사연들이 재미를 준다. 또 MC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이 쓰는 '음슴체'를 쓰며 친근감도 더했다.


현재 방송 되고 있는 사연 예능 중 '연애의 참견'도 빼놓을 수 없다. 2018년 시작해 현재 시즌3가 방송 중이다. 시청자의 썸, 사랑, 이별 등에 얽힌 고민을 듣고 MC 김숙, 한혜진, 서장훈, 주우재가 각자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또 '연애의 참견'은 소개된 사연의 후일담을 전하는 코너도 마련해 시청자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준다.


'연애의 참견'은 실제 상황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비현실적인 연애 사연이 주로 소개 되는데, 시청자들은 유튜브에 편집된 영상에 댓글을 달아 의견을 자유롭게 올린다. 지난해 공개된 '28kg 빼고 여신이 되어 나타난 그녀'는 419만뷰를 기록했으며 댓글은 5000여개가 달렸다. 최근 공개된 영상도 10만뷰~50만뷰수를 오간다.


KT OTT 시즌(Seezn)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도 시청자의 사연을 소개하는 '고막메이트'다 '고막메이트'는 시청자의 사연에 맞는 노래를 추천해주고 직접 불러주는 프로그램으로 2019년 시작해 현재 시즌3가 방송 중이다. 앞선 프로그램들이 구미를 당기는 막장, 극단적인 썰로 시청자들을 잡아둔다면, '고막 메이트'는 힐링을 목표로 한다.


딘딘은 '고막메이트'가 장수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우리의 따뜻한 케미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짚었고, 김이나는 "누군가를 흥분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편하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청자 사연을 무기삼은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배경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달라진 촬영 환경을 배제할 수 없다. 많은 스태프, 다양한 장소가 필요한 야외 버라이어티 진행이 어려워졌고, 제작진과 연예인을 포함해 최소한의 인원으로 꾸릴 수 있는 실내 예능에 눈을 돌리게 됐다. 여기에 3~4명의 MC면 충분한 '심야괴담회', '썰바이벌' 등의 포맷은 현재의 촬영 환경에 적격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적게 투입되는 제작비도 방송사의 부담을 줄여준다.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연애의 참견'의 경우 주 최대 100건, 월 300~400건의 사연이 메일로 접수된다. 제작진들은 시청자가 최대한 공감할 수 있는 사연을 찾는데 주력한다.


하지만 사연의 진위 여부가 항상 숙제다. 사연을 토대로 전화 인터뷰, 사진 확인 등을 거쳐 검증하지만 한계가 있다. KBS2 '안녕하세요'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방송되며 사랑 받았으나 조작 정황이 포착되기도 하고, 회가 거듭될수록 자극적인 사연으로 점철돼 재미를 떨어뜨렸다. 제작진도 여기에 한계를 느껴 휴식을 선택했고 14.2%까지 올랐던 시청률은 마지막 회 4.4%로 떨어져 쓸쓸하게 퇴장했다.


한 방송관계자는 "사연 예능은 시청자의 참여도가 안정기에 돌입하면 가성비가 좋다. 재미있는 사연은 유튜브 버전 영상으로 재가공해 많은 조회수를 얻어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미 자리 잡은 장르나 마찬가지다. 지금보다 더 다양한 사연을 제보 받는 프로그램이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시청자가 사연을 조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작진이 각색을 무리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시청자들은 제작진보다 날카롭게 똑똑하다. 이 포맷의 최고 가치는 공감과 진정성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가치가 담보되어야 좋은 예능의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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