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급변하는 중국 지재권 시장 주시해야
지재권 시장 변화 연구, 변리사의 중요한 덕목
인기 있는 상표 브랜드를 중국에서 미리 등록하고, 해당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할 때 상표권 침해로 소송을 걸어 합의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하는 이들을 ‘상표 브로커’라고 부른다. 그들은 한국에서 새로운 브랜드가 나오는지 매일 주시하다가, 이를 모방해 중국에서 먼저 무단 출원하는 방식으로 선점한다.
그들이 중국에서 모방 브랜드를 등록할 때 드는 비용은 대략 30만원에 불과하지만, 해당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할 때 상표권 침해 소송 후 합의금으로 요구하는 금액은 수억 원에서 10억원 사이에 이른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한국 기업이 중국 상표 브로커에 의해 무단 선점된 브랜드는 2367개, 합의 명목으로 준 금액은 무려 249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상표권 소송을 해도 승소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2019년 12월 특허청 및 해당기업과 공동대응으로 상표권 무효심판을 진행하여 프랜차이즈‧인형‧의류‧화장품 등 피해기업 53개 업체가 모두 무효심판 등을 통해 승소하면서 우리나라 국제 지식재산권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성과를 만들었다.
이들 기업은 중국 상표브로커가 다량으로 선점한 상표를 심층조사 및 분석하고 공동탄원서 제출과 병합심리를 통해 브로커의 악의성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피해 사실을 증명했다. 이런 사례는 특허청 및 기업과 공동대응으로 상표권 무효심판을 진행하며 만든 새로운 역사로 기록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인들은 최근 중국 지식재산권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주시해야 한다. 예전과는 다르게 승소율이 60%에 이르는데, 이는 권리자 보호 환경에서 보면 승소율이 높은 편이다. 특히 외국기업 지식재산권 승소율은 이보다 더 높을 정도로 중국의 지식재산권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중국과의 교역량에 비해 중국 지식재산권 취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중국시장에 대한 브랜드 전략을 세우고, 복잡한 중국 지식재산법 제도에 대한 대응방안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국가이기 때문에 글로벌시장에서 우리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가 중요하다. 특히 중국, 미국, 동남아 등 해외 특허에 훨씬 큰 비중을 두고 전략을 짜야 한다. 이때 변리사는 기업의 창조적인 활동과 그 결과물을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그래서 변리사는 고객사의 비전을 이해하는 동반자의 성향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국내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영어, 중국어 등 세계 주요언어로 만들어진 새로운 특허문헌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전문변리사의 기술력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한국기업의 중국 출원은 물론, 중국기업의 한국 출원도 동시에 진행하는 아웃고잉(outgoing)과 인커밍(incoming)에 모두 특화된 법률사무소의 역량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함께 IT 데이터와 AI 융합기술을 활용해 외국특허를 빠르게 분석하고 새로운 전략을 만드는 작업도 긴요하다. 전문기술영역을 접목하는 기술 혁신으로 업계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고, 이공계 인력들이 산업과 융합해 기술을 고도화시키는 좋은 선례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제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변리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나는 ‘지속적인 연구와 공부’라고 생각한다. 전문가 집단 구성원 모두가 각자 맡은 전문분야에서 최신 지식을 축적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해외 지식재산권 보호 환경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 더불어 연구 성과와 전략을 고객서비스에 빠르게 적용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이를 통해 상표 브랜드와 복잡한 특허분석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만들 수 있다.
오늘날 국내 변리사업계도 국내 특허출원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 아웃고잉 업무를 지속적으로 확장시켜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중국 상표브로커 문제처럼 거의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문제들도 끈질기고 심도 있는 분석과 연구를 통해 대규모의 승소 사례를 만들어 낸 것도 그러한 노력의 좋은 선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영미권은 물론이고 중국, 동남아시아 지식재산권 법률과 제도에 탁월한 경쟁력을 가진 전문변리사들이 생기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우리나라 지식재산 법률서비스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변리사는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고객이 왜 우리에게 의뢰했을까,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고객은 전문가들에게 길을 찾기 위해 온 것이기 때문에 변리사는 네비게이션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변리사의 중요한 가치는 실적 등 가시적인 수치가 아니라 고객이 지식재산권 보호와 관리를 통해서 얼마나 성장했느냐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국내기업과 변리사업계가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우수기업이 탁월한 전문변리사와 함께 세계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미래청사진을 기대해 본다.
해외 지식재산권 시장 예방책
시장에서 제품이 많이 팔리면 소송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다만 소송을 당해도 패소하지 않고 승소할 수 있는 기반을 준비할 수는 있다. 첫째 사전에 특허 리스크 조사, FTO 서치, 선행기술 조사 등을 통해서 타기업의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타기업의 기술과 차별화될 수 있는 기술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에 특허, 상표 출원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다. 한국은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고, 수출을 주된 먹거리로 삼는 한국 기업의 경쟁상대는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기업들이다. 따라서 해외 지식재산권 출원 및 확보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지금은 국내 수출기업과 변리사업계가 함께 동반성장하고 상생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변리사업계는 미국, 중국, 동남아 등 해외 지식재산 제도를 연구하여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 대리인을 통하지 않더라도 양질의 해외 지식재산 제도에 대한 자문과 조언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국내 기업들도 해외 지식재산권 확보에 더욱 투자를 적극적으로 한다면 수출기업과 변리사업계가 함께 발전하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다.
글/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david@jeesh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