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5일 분쟁조정위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적용할듯
금융사 "징계로 옥죄며 조정안 강제"…'책임 면피용' 지적도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펀드 판매사에 대해 '원금 100% 반환'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전액배상 권고를 확정하면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이어 두 번째로 기록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5일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이 같은 분쟁조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옵티머스펀드가 투자 대상으로 제시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애초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계약 자체가 취소되기 때문에 펀드 판매사는 투자자들에게 원금의 100%를 돌려줘야 한다.
앞서 금감원은 옵티머스 투자 제안서에 언급된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가철도공단, 춘천시 등에 문의한 결과 '해당 매출채권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는 취지의 공식 답변을 받았다.
관건은 분조위의 배상 권고안을 금융사들이 받아들일지 여부다. 분조위의 배상 권고안은 강제성이 없어 판매사가 동의해야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현재 옵티머스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우리도 옵티머스 사기행각의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사태가 자산운용사와 수탁사, 사무관리 회사 등이 관련돼 있기 때문에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게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선 결국 NH투자증권을 비롯한 판매사들이 금감원에 '백기투항'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사들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 분조위의 결정을 잇따라 수용하고 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우리은행은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100% 반환 결정을 받아들이고 피해자 배상에 나섰다. 하나은행과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등도 라임사태 관련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했다.
"'CEO 중징계'로 강제성 없는 권고안 강제"
금융사들의 잇따른 분조위 권고안 수용은 금감원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중징계의 매서운 칼날을 휘두른 영향이 크다. 금융사 입장에선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CEO가 옷을 벗어야하는 등 경영리스크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지난해 '금융기관 제재에 관한 시행세칙'을 개정하며 "소비자에 대한 충분한 배상 등 피해 회복 노력 여부"를 감경 사유에 포함했다. 분조위 권고를 수용하는 등 피해회복 노력에 나서면 기관‧임직원 징계수위를 낮춰주겠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선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융사의 책임론에 공감하면서도 금감원이 과도한 책임전가로 면피하려 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현재 금감원은 감사원 감사에서 관리‧감독부실 문제를 드러내는 등 임직원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제재심에서 CEO에 대한 중징계를 쏟아내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금융사를 압박하면서 법적 강제성이 없는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