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기자회견 하루 전 도발…주목도 높아져
北 사업가 송환·인권 지적에 반발했을 가능성
中 '뒷배' 믿고 본격적 도발 나섰다는 관측
자체 국방력 강화 일정 따르고 있다는 평가도
대외 메시지를 삼가며 자력갱생·자급자족에 집중하던 북한이 연이은 군사도발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중심으로 '대북 원칙론'이 잇따라 제기되자 북한이 줄곧 천명해온 '상호주의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합동참모본부는 25일 "오늘 오전 7시6분경과 7시25분경 북한 함경남도 함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발사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450㎞, 고도는 약 60㎞로 탐지됐다.
합참 관계자는 "탄도미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한미 정보당국이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알려지긴 했지만, 북한은 지난 21일에도 서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군사행동 가능성을 암시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앞서 최선희 부상은 지난 18일 공개된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며 "미국은 자기들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계속 추구하는 속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었다.
국정원 "바이든 기자회견이 가장 큰 이유"
北, 美 대북 강경노선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북한은 그간 미국에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강대강 선대선'이라는 상호주의 대응을 시사해왔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은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취해온 일련의 '대북 조치'를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해 '맞불'을 놓은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자회견 하루 전 도발을 감행한 것은 북한 이슈에 대한 주목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국정원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 기자회견이 (도발의) 가장 큰 이유라고 보고 있다"며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 북한 사업가 문철명 씨의 미국 송환에 대한 항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물론 더 강력한 제재 도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며 "북한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미국의 대북정책이 결정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북정책을 공개한 이후보다는 현시점에 '적대시 정책을 취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내놓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北 순항미사일 발사에…바이든 "평범한 일"
탄도미사일로 도발 수위 끌어올린 듯
북한이 '통상 훈련'으로 평가될 수 있는 순항미사일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로 도발 수위를 끌어올린 것은 순항미사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바이든 대통령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국장은 이날 이메일 논평에서 "북한의 최신 미사일 발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주말 발사를 경시하고 웃어넘기는 것처럼 보인 데 대한 반응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 주말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평범한 일(business as usual)"이라며 "그들이 한 일 때문에 구김살이 새로 생기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군사행동이 외교에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질문에는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김정은 정권이 트럼프 행정부 시기와 마찬가지로 워싱턴에서 조금이라도 얕보는 발언이 나오거나 자신들 체면이 손상된다고 느끼면 반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발 통해 '벼랑 끝 외교' 암시"
'협상 위한 도발' 아니라는 지적도
북한이 첨예한 미중 대립구도에 편승해 군사도발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양국 대립구도가 뚜렷해진 데다 북중 정상 간 친서교환으로 순망치한의 관계까지 재확인한 만큼, 중국이라는 '뒷배'를 믿고 도발에 나섰다는 평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추가 제재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미국이 보여준 대북 인식과 정책 방향을 볼 때, 북한이 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선(先) 철회 가능성이 없으므로 익숙한 방법인 도발을 통한 '벼랑 끝 외교'를 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시간표에 따라 계획대로 신무기들을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부터 발사해 차츰 수위를 올리는 방식으로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해 대북정책의 변화·양보를 요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은 대단히 비논리적"이라며 북한이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오히려 대북제재 강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북한 역시 그걸 모르고 미사일을 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올 초 개최된 제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대내외에 천명한 '국가방위력 강화'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신무기 개발 및 무장력 현대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근거 없는 희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