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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여당 "쓰레기" 막말하는데…오히려 톤 낮춘 오세훈, 왜


입력 2021.03.28 04:30 수정 2021.03.28 01:38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홍대앞에서 "분열의 정치 극복하고 통합 실천"

건대앞에서 "공존·상생의 전초기지 만들겠다"

정권규탄·심판호소의 그간 연설과 사뭇 달라

'젊은층 향한 메시지' + '정치혐오 전략 차단'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인근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자신을 겨냥해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는 막말까지 터져나왔는데, 오히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화합과 통합의 정치" "공존과 상생"을 말하며 톤을 낮췄다. 배경에는 20대·청년·대학생을 향한 메시지의 특수성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오세훈 후보는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유세에서 "30대 후반 청년 시절에 정치를 시작하며 내가 60세 정도가 되면 더 이상 지역감정도, 계층갈등도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청운의 꿈을 꿨다"면서도 "그 때보다 더 갈등하고 증오하는 지금의 정치현실을 청년들께 보여드리게 돼 한없는 부끄러움과 죄송스러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만약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으로 서울시에 들어간다면 솔선수범해서 분열의 정치를 극복하겠다"며 "여야 간의 화합의 정치, 통합의 정치를 실천해서 여러분께 희망을 드리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스타시티 앞 유세에서도 오 후보는 "내가 이번 선거에서 '첫날부터 능숙하게, 서울부터 공존·상생'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며 "문재인정권이 들어서고 공존과 상생의 가치가 사치스런 일이 됐지만, 본래 서로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게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와는 다른 우리 사람의 세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으로 서울시에 들어간다면 서울시만이라도 공존과 상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함께 보듬어안고 앞으로 갈 수 있는 대한민국의 전초기지를 서울시에서 만들겠다고 청년들에게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이날 오세훈 후보의 연설은 그간의 유세에서의 연설 유형과는 사뭇 다르다는 분석이다. 그간의 연설은 △문재인정권 규탄 △심판선거 강조 △자치구 지역공약 제시 △투표 호소의 순으로 주로 흘러갔다. 그런데 이날은 통합과 화합의 정치, 상생과 공존의 나라를 말했다. 지역발전 공약으로 승부를 보는 지방선거와는 언뜻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의 원인으로는 일단 이날 오 후보의 유세가 주로 대학생·청년들이 많은 곳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짚을 수 있다. 홍대앞과 건대앞은 서울에서도 젊은층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양손에 하트를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은 진학과 취업·결혼 등에 따라 향후 거처가 유동적이기에 지역발전 공약에는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역발전 공약보다는 문재인정권의 독선과 '내로남불' 위선에 실망해 야권을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최근 나오고 있는 20대 유권자들에게 통합과 공존·상생이라는 상반된 화두를 던져 마음을 움직이려 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만약 '정치혐오 유발' 선거전략으로 나온다면 이에 손바닥을 마주쳐주지 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민주당은 오세훈 후보를 가리켜 'MB 아바타'라 지칭하고, 처가가 상속받은 내곡동 땅 수용을 놓고 집요한 네거티브 공세를 전개하는데 이어, 급기야 이날에는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오 후보 본인을 겨냥해 "쓰레기" "분리수거해야 한다"고까지 극언했다.


오세훈 후보도 평소 유세에서 문재인정권의 부동산·일자리정책 파탄과 양극화 유발 등을 규탄하다보면 목소리가 높아지고 종종 강한 표현이 나오곤 했다. 오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첫날, 정권의 실정을 너무 열을 올려 규탄하다가 무리해 목소리가 잠기기도 했다.


민주당의 '막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오 후보도 손바닥을 마주쳐주면 '여야 막말' 프레임으로 함께 엮일 수 있다. 이는 일반 유권자의 정치혐오를 빚어 4·7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을 끌어내려, 자칫 조직표가 탄탄한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상대 정당이 '막말'로 나올수록, 역으로 톤을 낮추고 차분하려 유세 전략을 가져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오세훈 후보는 이날 유세 일정을 모두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유세를 한) 홍대앞 상상마당과 건대앞 맛의거리는 서울시내에서 젊은층·청년층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곳"이라며 "청년들을 향해서 희망의 메시지와 미래비전을 말하고 싶어 오늘은 그런 메시지 위주로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겨냥한 윤호중 민주당 의원의 '막말' 논란 등과 관련해서는 "상대방이 저열하게 나올수록 우리는 고상하게 간다는 말이 있다"며 "상대방이 그렇게 저열하게 나올수록 우리는 정도만을 걷겠다"고 단언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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