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 "금지기간 6개월 추가연장" 청원에 제도개선 요구
당국 불법 처벌강화‧감시시스템 구축에도 개미 만족시킬지 관건
개인에 짧은 상환기간‧높은 수수료 과제…"정책신뢰회복 급선무"
공매도가 내달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대해서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재개된다.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차단을 위한 관리시스템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고, 한국거래소와 한국증권금융 등 증권유관기관들도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 정비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은 해소되지 않은데다 자칫 '코스피 3000시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에 공매도 시행을 한 달 앞두고 제도개선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성난' 동학개미를 달래야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았다. 각종 제도 개선안을 내놓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공매도 금지기간을 3차례 연장한 배경에는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저항이 있었다. 현재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관련 세금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시도를 잇따라 무력화 시키는 등 주식시장에서 '큰손'으로 영향력을 키운 상황이다.
공매도 정책 결정권을 쥔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시켰고, 다시 6개월 연장한데 이어 지난달 '대형주 우선 재개'라는 단서를 달고 한달 보름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이는 동학개미의 반발과 이에 편승한 정치권의 압박에 금융정책이 뒷걸음질 친 결과였다. 금융위는 이 과정에서 '추가 연장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번복하며 스스로 정책신뢰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금융위가 정책당국으로서 주도권을 내주고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금융위는 공매도 재개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개선 방향은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하는데 맞춰졌다. 6일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을 통해 공매도와 관련된 불법 행위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게 됐다. 벌금도 부당이득의 3∼5배 수준으로 강화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요구 사항인 불법 공매도 사전 차단을 위한 공매도 시스템 전산화와 종합 모니터링 체계 구축은 기술적 한계 등을 이유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금융위는 전 세계적으로 불법공매도를 사전 차단하는 시스템을 갖춘 나라는 없으며 기술적으로도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금융위가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매도 문턱을 낮춘다며 내놓은 방안은 실효성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당장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하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팔고 싶은 주식을 빌려와야 하는데 60일간만 대여할 수 있고, 연 2.5%의 이자도 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대주 이율은 최대 4%까지 높아질 수 있다.
빌려주는 수수료율이 높아지면 빌리는 투자자가 내야 하는 수수료 부담도 함께 커지는 만큼 문턱 높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관과 외국인이 최소 금리가 연 0.1~0.5%인 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인 부분이다. 금융당국도 수수료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시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5월 3일 코스피지수…파란불 켜지면 금융위 비상등 켜야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다시 공매도 저항 운동에 나설 채비다.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 제도 개선, 금융적폐 청산, 금융위원장 해임을 촉구합니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완벽한 제도 개선이 될 때까지 공매도 금지를 6개월간 추가 연장하라"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4일 오전까지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여기에 공매도 재개에 반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게임스톱'처럼 국내에서도 반(反)공매도 운동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운행하며 대대적인 홍보전에 나서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데에는 그간 주식시장을 호령해온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을 향한 '네들도 당해봐라'라는 보상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8년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과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사태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현재 금융권에선 공매도 논란의 향배는 다음달 3일 코스피 지수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공매도 재개에도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리면 개미들의 반발이 누그러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주식시장에 파란불이 켜지면 금융당국은 비상등을 켜야한다. 금융위 앞에서 '공매도 허용을 규탄한다'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과거 공매도 금지조치를 해제했을 때 시장의 반응을 감안하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 2008년 10월 금지된 공매도가 2009년 6월 1일 재개됐을 때 코스피는 1.38% 상승했고, 2011년에도 공매도가 재개된 날 5% 가까이 급락했다가 보름여 만에 재개 직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제도 보완을 비롯해 가능한 방법은 다 쓰고 있는데,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해소해드리지 못해서 난감하다"고 하소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매도가 재개되는 5월 첫주에 코스피가 급격하게 빠지지만 않으면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며 "어린이날 연휴를 끼고 있어서 조정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안심해도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