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비대면 상품 및 유도 혜택 앞다퉈 출시
작년 300여개 점포 정리...7월까지 40여곳 폐쇄 예고
은행권이 디지털 금융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사활을 걸고 디지털 역량 강화에 한창이다. 비대면 영업강화를 염두에 두며 점포를 꾸준히 축소하는 한편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비대면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상품은 물론 각종 혜택 등을 통해 비대면을 유도하는 서비스도 내놓았다. 지난달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이같은 상황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 주거래 우대 제도인 ‘KB스타클럽’ 점수 산정기준을 비대면 위주로 개편했다. 급여이체, 주거래 이체, 상품군 개수 등으로 이뤄졌던 기존 우대 항목을 모바일 앱 서비스나 알뜰폰 ‘리브엠’ 이용 등으로 변경했다.
또 비대면 상품 ‘KB스타 주택구입자금대출’과 ‘KB스타 모기지론’을 통해 고객이 영업점을 내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해당 상품은 행정정보 열람 동의서 작성이나 근저당권 설정계약서를 작성하러 영업점에 올 필요가 없어 고객으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1일에는 박기은 전 네이버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해 테크기술본부장에 앉혔다. 박기은 본부장은 네이버클라우드에서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에 매진해왔다. ICT 분야에 높은 이해와 실무능력을 겸비한 외부인사 영입을 통해 디지털 금융 플랫폼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인터넷 뱅킹을 통한 외국환거래약정 체결 서비스를 내놓으며 눈길을 끌었다. 기존에는 수출입거래 고객이 필요 서류를 지참해 은행 영업점에서 약정 업무를 체결해야 했지만, 이를 통해 간소화된 서류만으로 영업점 방문 없이 약정 체결을 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뱅킹 내의 파인드시스템에서 사업자등록증명원만 체크해 제출 동의하면 신청이 되는 방식이다.
비대면 주담대 역시 모바일 앱 쏠(SOL)'에서 신청받고 있다.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담보범위를 아파트에서 다세대 주택, 연립주택, 빌라 등으로 확대했다. 복잡한 서류작성 및 사진촬영도 첨부로 간소화했다.
하나은행은 8일 비대며 주담대 상품 ‘하나원큐 아파트론’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본인명의 휴대폰과 공동인증서만 있으면 모바일 앱 ‘하나원큐’에서 3분만에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주택구입자금, 대환대출(타은행 재대출로 기존 대출 말소)자금 등의 용도로 대출이 가능하다. 최대한도는 5억원, 최저 금리는 연 2.8%이다. 대출심사는 주택 매매계약서만 사진으로 찍어 앱에 된다. 기타서류는 정부에서 수집하는 방식으로 자동 제출된다.
우리은행도 최근에 비대면으로 부모가 자녀의 거래내역과 계좌잔액을 실시간 조회할 수 있는 ‘우리 아이(Eye) 계좌조회 서비스’를 출시했다. WON뱅킹을 통해 서비스 이용 동의 및 제출서류를 확인 후 이용하면 된다. ▲입출식예금, ▲정기예적금, ▲주택청약종합저축 상품의 거래내역과 계좌잔액을 조회가능하다. 더불어 회사는 비대면 펀드 최초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1만원을 주는 ‘만원부터 시작하는 내 생애 첫 펀드’ 이벤트도 이달말까지 진행한다.
NH농협은행도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NH모바일아파트대출2.0’을 출시한 바 있다. 대출 한도는 최대 5억원, 생활 안정 자금 최대 1억원이다. 기본금리는 연 2.88%이고, 우대금리를 적용받으면 최저 2.48%도 가능하다.
은행들의 이같은 비대면 서비스 강화는 지속되는 가운데, 대면 접촉을 통한 영업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면 서비스를 비대면 위주로 전환하며, 중복점포 정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추세속에서 영업점을 유지하기 위한 인건비나 운영비, 임대료 등도 부담이라는 은행측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 점포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시중·특수·국책은행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6405개로, 1년 전보다 304개 줄었다. 감소 속도도 2018년 23개, 2019년 57개, 지난해 300여개로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은행별로는 국민(83), 하나(74), 우리(58), 부산(22), 신한(21) 순을 차지했다.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급격한 점포 감축을 우려, 폐쇄 전 사전영향평가 실시를 의무화하고 출장소 전환 등을 우선 검토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 은행, 빅테크와 경쟁을 위한 은행들의 비대면 우선전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은 오는 5월부터 7월까지 영업점 중 출장소나 중복점포 40여곳을 폐쇄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문객이 적은 곳은 하루 10~20여명의 고객이 오고가는 수준”이라며 “점포 축소 추세를 바꾸긴 어려우나, 어르신 등 취약계층 소비자 보호 강화 등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