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에 밥상 물가 들썩…대파 가격 305.8% 급등
경쟁 장기화 시 출혈경쟁 불가피…"결국 자본력과의 싸움"
쿠팡발(發)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최저가 전쟁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밥상물가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는 밥상물가로 서민들의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너도나도 대폭적인 가격 할인 행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통업계의 제살깎기식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품질 저하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채소, 과일, 수산 등 신선식품 중심으로 약 60개 상품을 1년 내내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도입했다.
주요 온라인 마트에서 판매하는 동일 상품을 매일 모니터링해 최저가를 책정해 판매하는 것으로 상반기 내 롤휴지, 미용티슈 등 리빙 상품군으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이달 18일까지 마트·뷰티 상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메가세일’을 진행 중이다.
이마트도 지난 8일 500여개 상품을 대상으로 최저 가격 보상 적립제를 시작했다. 쿠팡,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판매하는 동일 상품과 동일 용량을 비교해 더 싼 제품이 있으면 차액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e머니로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이 밖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조만간 최저가 경쟁에 가세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최저가 경쟁이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이바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밥상 물가가 들썩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16(2015년=100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3.7%로 올 들어 석 달째 두자릿수 대를 이어가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파값은 1년 전보다 305.8% 급등했다. 달걀과 고춧가루도 각각 39.6%, 34.4% 상승했고, 쌀값 역시 13.1% 올랐다.
사과와 배 가격 역시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후지사과 도매가격은 10kg당 3만94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6700원)보다 47.6% 뛰었다. 같은 기간 신고배도 15kg당 도매가격이 6만5700원으로 1년 전 대비 76.7% 올랐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사는 주부 김 모씨는 “높아진 물가 탓에 장보기가 두려웠는데 최근 마트 등에서 가격 할인을 많이 해 부담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통업체 간 가격 전쟁이 지속될 경우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어 좋지만 마케팅 비용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업체들이 경쟁사보다 더 싸게 팔기 위해 단가 인하 등을 요구하면서 납품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무분별한 할인경쟁이 제품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한번 초저가로 판매되면 향후 정상가로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저가 전쟁이 단기간 매출 상승과 밥상물가 안정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들이 할인가에 적응돼 정상가에 대한 반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결국 자본력 싸움”이라며 “자본력이 큰 대형 유통업체가 가격 경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