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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대 리스크③] 車업계 전동화 대응 시급한데…노조에 발목


입력 2021.04.15 06:00 수정 2021.04.14 18:3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인력 수요 30~40% 줄어드는데…전기차 투입시 '맨아워' 놓고 줄다리기

고임금에 잦은 파업으로 외국계 업체는 한국에 전기차 생산 배정 안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용 전기차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제네시스 엑스 콘셉트카, 기아 EV6, 현대차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그룹

인공지능(AI)과 5세대이동통신(5G)을 바탕에 둔 4차산업혁명 발발과 디지털 생태계 전환 가속화로 글로벌 경제계는 그야말로 혁신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시작돼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비대면(언택트) 시대를 앞당기며 시장과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파고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와 국내 기업들을 도약과 추락의 기로에 서게 하고 있다. 변화와 혁신의 시대를 맞았지만 반도체·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들의 앞에 놓인 만만치 않은 리스크들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자동차 업계에 전동화(電動化), 자율주행화는 이제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됐다. 멀리 내다보고 대응할 게 아니라 당장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사안이 돼버린 것이다.


각국의 환경규제는 자동차 업체들을 전동화의 길로 내몰고 있다. 유럽 주요국가에서는 이르면 4년 뒤부터 가솔린이나 디젤을 막론하고 탄소 연료를 떼 움직이는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 금지된다.


노르웨이는 오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고, 영국은 당초 2035년으로 잡아놨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스케줄을 5년 앞당겨 2030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프랑스도 이때부터 가솔린·디젤차를 퇴출시킨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등 주별로 퇴출 스케줄을 잡고 있다. 중국과 일본도 2035년을 전후로 자국 내에서 내연기관차를 팔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다.


내연기관차 퇴출의 전면 시행 이전이라도 자동차 업체들은 일정 수준의 쿼터(친환경차 의무판매비율)를 채우지 못하면 내연기관차도 팔 수 없다. 이 쿼터는 점점 강화된다. 업체별로 전동화 스케줄을 서두르는 이유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도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2040년까지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전제품 전동화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의 경우 2025년까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기차와 파생 전기차 12개 이상의 모델을 선보이고 연 56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것을 목표로 세웠다.


기아는 오는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7개, 파생 전기차 4개 등 총 11개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며 2030년에는 연 전기차 88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같은 전기차 전환은 필연적으로 생산체제의 변화를 동반한다. 엔진과 변속기 등이 불필요한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부품 수도 적고 조립 난이도도 낮아진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배터리와 전기모터, 바퀴가 달린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구동계 위에 차체를 얹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의 G-EMP와 같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배터리와 전기모터, 바퀴가 달린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구동계 위에 차체를 얹는 방식이니 조립이 한결 단순해진다.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전기차에 필요한 부품 수는 내연 기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동화와 자율주행화가 전면적으로 이뤄지면 배터리나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문 인력 수요는 늘겠지만 기존 완성차 공장의 단순 조립에 투입되는 근로자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생산라인이 전기차에 맞춰 전면 교체될 경우 생산직 고용이 30~4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국내 노동시장의 제도적 환경이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는 정 반대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노사관계는 그동안 지나치게 노동계 위주로 치우쳐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지난해 말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을 비준하면서 그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노조가 파업을 해도 사측은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고, 사업장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여도 막을 방법이 없다. 부당노동행위시 사측은 형사처벌을 받지만 노조는 법적으로 아무 제재를 받지 않는다.


자동차 업계는 이같은 노사관계의 불균형으로 인해 과거 불합리한 단협 조항들을 대거 만들어놓아야 했다. 대표적인 게 사측이 근로자를 필요한 곳에 전환 배치할 경우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조항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는 신차를 출시해 일시적으로 물량이 늘어도 근로자를 집중 투입하기 위해 노조와 협의를 거치느라 매번 진통을 겪어왔다.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며 이는 더욱 심한 독소조항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기차를 투입할 때마다 인력 투입 감소를 최소화하려는 노조와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현대차는 지난달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출시를 앞두고 생산라인 투입 인원 수(맨아워)를 놓고 노조와 협의를 거치느라 양산 돌입 시기를 늦춰야 했다.


작업량이 줄어든 만큼 가장 효율적인 투입 인원을 산정해 적용하는 게 아니라 노조가 허용하는 선 만큼만 투입 인원을 줄여야 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일도 노조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게 우리 노사관계의 현실이다.


해외 경쟁사들은 인력 투입을 크게 줄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기존 내연기관차에 투입하는 수준의 인력을 유지한다면 비용 경쟁력이나 미래 사업 투자여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의 전동화로 발생하는 잉여 인력을 UAM(도심항공모빌리티)이나 로보틱스 등 비(非) 자동차 분야 신사업으로 돌리는 것도 현재 노사관계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같은 자동차를 만들어도 생산라인 전환배치를 임의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동차가 아닌 다른 제품을 만드는 곳으로 근로자를 배치하려 했다가는 더 큰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 임단협 교섭 장면(자료사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한국GM이나 르노삼성자동차와 같은 외국계 완성차 업체들에게도 한국의 경직된 노동시장과 대립적 노사 관계는 심각한 리스크다. 제너럴모터스(GM)와 르노는 한국 자회사 공장에 전기차 생산을 배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GM의 경우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의 중장기 계획상의 전기차 생산기지에서 제외된 상태다. 지난 2017년 2월 스파크 EV가 단종된 이후 한국GM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는 전무하다. 국내 시장에는 쉐보레 볼트 EV를 대체 차종으로 투입했지만, 이는 GM 미국 공장에서 수입해 판매한다.


르노삼성 역시 지난해 말 SM3 Z.E 단종과 함께 부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전기차가 사실상 사라졌다. 르노 트위지가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이는 초소형 전기차라는 점에서 일반 전기차와 가격이나 용도 측면에서 차이가 있고, 그나마 르노삼성 자체 생산이 아닌, 협력사 동신모텍에서 위탁생산하는 방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임금 구조에 잦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수익성이나 생산 안정성 측면에서 전혀 이점이 없는 한국 공장에 누가 주력 제품 생산을 맡기겠느냐”고 지적했다.


GM과 르노는 이미 기존 예정된 내연기관 차량 배정 과정에서도 한국GM과 르노삼성의 노조 리스크를 언급하며 난색을 표해왔다. 르노그룹 경영진은 르노삼성에 XM3 유럽 수출물량의 해외 공장 이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수 차례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본사의 미래를 결정지을 신형 전기차 모델의 생산기지로 한국 공장을 낙점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는 기업 뿐 아니라 근로자들도 많은 고민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기업은 생존을 위해 생산 체제를 바꿀 수밖에 없는데 노조가 기존 내연기관차 시대의 고임금 대량인원 투입 체제를 고집한다면 같이 죽자는 얘기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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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위 2021.04.16  10:42
    현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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