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까지 양극재 생산능력 10만t 체제 구축
밀려드는 주문에 80% 이미 수주…속도감 있게 대비
투자·인프라·생산성으로 글로벌 '톱티어' 자신
"2025년까지 글로벌 1위 수준의 양극재 양산능력을 확보하겠다."
14일 오후 전남 광양시 율촌산단에 위치한 포스코케미칼 광양공장에서 만난 정대헌 에너지소재사업부장은 시종일관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30년까지 1억대 중 2500만대가 전기차로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올해 들어선 추정치가 3500만~4400만대로 대폭 늘었다. 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정 사업부장의 말처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해가 다르게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중 하나인 UBS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20년 300만대에서 2030년 3550만대까지 연평균 28%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최근 전기차 시대에 불을 붙인 게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사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으로 OEM사들이 조인트벤처(JV) 등을 요청하며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감당하려면 공격적인 소재 설비 투자가 필수적이다.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양산 중인 1·2단계 공장(총 3만t)에 더해 스마트 공정을 갖춘 3·4단계 공장을 2023년까지 총 6만t 더 증설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기존 구미공장(연산 1만t)과 함께 국내에서만 양극재 연간 10만t 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코나 전기차 1대당 배터리 용량이 64kwh임을 감안하면 약 110만대분 소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특히 새로 짓는 3·4단계 공장은 총 6만t 중 80%인 5만t 수주를 모두 채웠다. 나머지 20%만 다른 배터리사 또는 완성차와 거래할 수 있는 여유 물량이다. 수주가 워낙 밀려들다 보니 남은 곳간을 채우는 것은 시간 문제다.
포스코케미칼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25년까지 국내 16만t, 해외 11만t 등 27만t이라는 대규모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당초 21만t을 계획했지만 밀려 드는 주문에 생산 규모를 상향 조정했다. 같은 시간 내에 생산능력을 대폭 늘려야 하는 만큼 속도감 있게 준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중단기 계획이 모두 실현되면 2025년 양극재 시장 점유율은 20% 내외로 올라서게 돼 단숨에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 같은 공격적 투자는 포스코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한다.
"포스코케미칼의 경쟁력은 3가지다. 투자 여력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인프라, 마지막이 생산성이다. 우리 경쟁력은 포스코로부터 나온 운영 효율화에서 나온다. 당연히 더 잘 할 자신이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공정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에어슈팅’으로 불리는 품질 모니터링 시스템은 대표적인 스마트 공정이다. 제조 현장에서 채취한 제품 샘플 캡슐을 초당 5m의 속도로 빠르게 이송하는 시스템으로, 실시간 품질 분석이 가능하도록 했다.
고객사가 원하는 까다로운 품질 스펙을 충족하기 위해 '이물유입 방지 시스템'도 갖췄다. 이는 공장의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외부의 이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해준다. 상당한 무인화 설비와 시스템으로 꽉 채우다 보니 생산성은 당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처음 도입한 설비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는다. 투자할 때 마다 거의 2배씩 (생산성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생산성 제고 노력 뿐 아니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포스코가 양극재 소재로 쓰이는 리튬을 연간 4만3000t 규모로 생산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리튬 추출 공장은 포스코케미칼 광양공장이 위치한 율촌산업단지 내에 건설되기 때문에 이르면 2023년부터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뿐 아니라 포스코그룹은 2030년까지 리튬 22만t, 니켈 10만t의 양극재 원료를 생산할 예정이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통한 니켈과 코발트 원료 공급, 양극재 중간재인 전구체의 자체공급 확대도 추진한다.
"우리가 원료를 확보하는 이유는 수급 안정성 때문이다. 금속이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우리가 자체 생산하면 안정된 가격으로 조달이 가능하다."
포스코케미칼은 광양공장의 단계적 증설과 함께 유럽, 중국 등 해외공장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연간 11만t 규모의 양극재를 해외에서 생산할 방침이다.
"미주와 유럽 지역을 두고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한국에서 경쟁력 있게 사업을 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얼마나 경제성이 있는 지 따져보고 있다."
4년 안에 양극재 1등 기업을 목표로 하는 포스코케미칼에게 경쟁자는 없을까? 정 사업부장은 아이러니하게도 포스코케미칼이라고 꼽는다.
"우리의 경쟁사는 우리다. 전기차 모델이 생산되면 생산하는 기간 동안 같은 소재와 배터리를 쓰는 게 이 시장이 논리다. 러닝 체인지라는 게 없다. 게다가 수급이 타이트하다. 각자 맡은 역할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스코케미칼은 이 같은 스마트 공정 고도화, 양산능력 확대, 원료 자체 공급, 차세대 소재 개발을 위한 R&D 등 사업 역량 강화로,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 연 매출 23조원을 달성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