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처 모델 G80 전동화 통한 전기차 시대 연착륙 포석
전기차 비중 빠르게 확대되는 중국 시장 효과적 대응
고급 세단 특성상 기존 내연기관차 실내구조 유지 필요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지난 19일 G80 전동화 모델을 공개하며 앞서 공개된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도약 원년’을 이끌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 5·EV6와 달리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인 G80의 파생형 전기차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제네시스는 19일 상하이 컨벤션 센터에서 개막한 ‘2021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브랜드 첫 번째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처음으로 공개하며 앞으로 그룹의 전기차 전략은 E-GMP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과 차체를 기반으로 한 파생 전기차와 달리 E-GMP 기반의 전용 전기차는 스케이드보드 형태의 플랫폼에 배터리와 바퀴, 전기모터 등 구동부가 장착돼 효율성이나 공간 활용성, 디자인 측면에서 월등히 우수하다는 게 현대차그룹 측의 설명이었다.
그런 점에서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라는 상징성을 갖는 모델이 전용 전기차가 아닌 기존 내연기관차를 개조한 파생 모델이라는 점은 의외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전동화 전환으로의 연착륙을 이끌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G80은 제네시스의 탄생을 이끈 상징적인 모델이자 제네시스 세단 라인업 중 가장 최근에 풀체인지(완전변경)된 모델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볼륨 모델이기도 하다.
출범 6년차에 불과한 신생 브랜드 제네시스로서는 그동안 기껏 이름을 알려온 G80을 비롯한 주력 모델들을 내연기관 퇴출과 함께 역사 속으로 묻어버리기보다는 전동화 전환을 통해 연착륙시키는 게 옳은 선택일 수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중국 진출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제네시스는 지난 2일 중국 상하이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나이트(Genesis Brand Night)’를 열고, 중국 고급차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론칭을 공식 선언했다.
정부 차원에서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전기차 비중 확대를 유도하는 상황에서 내연기관 차종만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는 없다. 시그니처 모델인 G80에 전동화 버전을 추가해 내놓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G80 전동화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 무대가 상하이 모터쇼로 결정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기반으로 전동화하는 파생 모델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 모델에 비해 주행성능과 공간적 측면에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G80은 대형 럭셔리 세단이라는 특성상 이런 문제들이 상쇄된다.
일단 G80의 큰 차체는 E-GMP 없이도 대용량 배터리 탑재를 가능케 해준다. 제네시스 측이 밝힌 G80 전동화 모델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427km에 달한다. 이는 아이오닉 5 롱레인지 모델의 429km와 유사한 수준이다.
G80이 아이오닉 5보다 덩치가 훨씬 크면서도 1회 충전 주행거리에서 밀리지 않는 배경은 대용량 배터리 탑재다. G80에는 87.2kWh 배터리가 탑재된다. 아이오닉 5 롱레인지 모델(72.6kWh) 보다 20%가량 높은 용량이다.
아이오닉 5와 EV6의 경우 스케이트 보드 형태의 E-GMP 플랫폼으로 인해 평평한 바닥을 갖춰 다양한 시트 구성이 가능하지만, 고급 세단인 G80에는 굳이 그런 ‘기교’가 필요치 않다. 차종 특성상 G80을 캠핑이나 차박용으로 사용하거나 많은 짐을 싣고 다니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G80은 비록 전동화 변경을 거쳤더라도 시트를 자유자재로 구성하는 다양한 활용성보다 운전자를 위한 칵핏과 동승자의 공간이 확실히 분리된 기존 내연기관 기반 고급 세단의 실내 구성이 소비자들에게 더 유용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급 세단 수요층에게는 획기적인 변화보다 점진적 변화가 더 좋을 수 있다”면서 “운전석에 앉았는데 옆쪽이 휑하니 뚫려 있고 뒷좌석은 평평한 바닥에 놓인 벤치처럼 돼 있다면 고급 세단의 느낌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제네시스는 E-GMP 기반의 전기차도 개발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전기차 기반의 GT(Gran Turismo) 콘셉트카 ‘제네시스 엑스(Genesis X)’를 아시아 최초로 공개했다.
제네시스는 앞으로도 기존 내연기관의 파생차와 전용 전기차를 함께 내놓는 투 트랙 전략으로 친환경차 시장에 대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