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수칙 가운데 육성 응원 금지, 유명무실이라는 지적
응원과 욕설 등 개인의 순간적인 감정 억누르기는 쉽지 않은 상황
야외 경기장에선 비말 통한 전파 가능성 낮아, 철저한 관리가 더 중요
#1. 3월 30일 여자배구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펼쳐진 인천 계양체육관. 세트스코어 2-2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GS칼텍스가 5세트 승기를 잡자 원정 관중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잘 준수하던 원정 팬들은 GS칼텍스의 우승이 다가오자 여기저기서 “GS 파이팅”을 외치기 시작했다.
#2. 4월 7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경기. 후반 막판 홈팀 선수가 그라운드에 쓰려졌지만 반칙이 선언되지 않자 홈팬들이 주심을 향해 다소 과격한 언어를 통해 불만을 쏟아냈다. 육성 응원 및 야유를 자제해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지만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3. 4월 14일 서울 이랜드와의 2021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서 홈팀 FC서울이 패하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비교적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잘 준수하며 경기를 관람하던 팬들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인사를 하러 온 선수들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코로나19 위험을 뚫고 스포츠 경기 직관에 나선 팬들에게 육성 응원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놓고 말들이 많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른 육성 응원 금지에도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응원의 목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고, 심한 경우 선수와 심판을 향한 욕설도 다 들리는 상황이다.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나 스트레스를 풀러 경기장을 찾아와 얌전하게(?) 지켜봐야하는 팬들도, 이를 제재시켜야 되는 구단들도 고충이 많다. 경기 도중 자연스럽게 나오는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관중들에게 구단이 할 수 있는 일은 ‘육성 응원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 멘트 정도뿐이다.
물론 개인의 순간적인 감정까지 억누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취재진들 사이에서도 직관 와서 아무런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경기를 지켜봐야 되는 일이 ‘곤욕’이라고 동정표를 던지기도 한다.
방역수칙이 있다고는 하지만 본능적으로 나오는 육성까지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유명무실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인천 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 남성 팬 A씨(34)는 “직관 팬으로서 육성 응원 금지에 대해서 불가능하다 생각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그는 “방역수칙에 대해 이해는 한다. 하지만 재미를 위해서 현장을 찾는 것인데 잘 안 지켜진다”며 “유명무실한 부분도 있고, 그렇다고 구단에서 적극적으로 제재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체로 응원가를 안 부른다 뿐이지 선수들이 잘했을 때 추임새나 못했을 때 선수나 심판 욕이 나오는 부분은 참기 힘들다. 현실적으로 지켜지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배구 팬 B씨(33)는 “육성응원도 하지 못하고 경기장에 앉아있으면 아무래도 답답한 게 가장 크다”며 “선수들한테 힘주기 위해서 응원가는 것이고, 선수들도 기운이 날 수 있는데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육성 응원을 금지시키는 것만이 답일까. 오히려 전문가들은 육성 응원을 통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한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KF80 이상 마스크를 쓰면 위험도가 높진 않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야외에서는 비말이 나와도 바이러스가 자외선에 의해 사멸이 된다. 2m이상 떨어지면 무거운 비말은 그전에 땅에 떨어진다”며 “단지 바람이 불면 혹시라도 마스크를 느슨하게 쓰거나 일반 마스크를 쓰면 비말이 6m~8m 날아갈 순 있다. 하지만 상대편이 KF94를 쓰면 감염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육성 응원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철저한 관리다.
천은미 교수는 “마스크를 하다보면 내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일회용을 쓰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한 2m 거리두기를 고려하지 않고 가까이 앉을 수도 있다. 결국 이런 부분에 대한 관리 자체를 철저히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스페인에서 5000명이 모여서 마스크 쓰고 응원하는 실험을 했다. 우리가 KF 마스크만 적절히 쓰면 야외에서 응원 같은 것은 해도 문제가 없겠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국내에서도 만일 그 데이터가 나오면 이것을 기반으로 어느 정도는 육성 응원이 용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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