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및 본청약 지연 우려, 입주시기 모른 채 청약 '부담'
1.4만가구 신혼희망타운, 수익공유형 대출 완화 '유명무실' 지적
"입주까지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데 청약부터 덜컥하라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습니다. 당장 대출 부담 덜어줄 것처럼 발표하고 신혼희망타운 입주했더니 나중에는 집값 오른 만큼 정부가 가져간대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 아닙니까."
올해 결혼을 앞둔 한 30대 남성은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 26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사전청약 대상지를 확정, 발표했다. 3기 신도시 9400가구를 포함한 총 3만200가구 규모다.
이번 사전청약에는 신혼희망타운 1만4000가구가 포함됐다. 전체 공공분양 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신혼희망타운은 혼인 기간이 7년 이내 또는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무주택 신혼부부, 모집공고일로부터 1년 이내 혼인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예비신혼부부,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한부모가족 등에게 기본 입주자격이 주어진다.
정부는 이를 통해 주거문제로 결혼이나 출산을 망설이는 청년 및 신혼부부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별공급 물량까지 더하면 올해 사전청약 물량 전체의 70% 이상이 신혼부부 몫으로 분류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이들을 최대 수혜자로 꼽는다.
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시세 대비 70~80% 수준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내 집 마련에 대한 기대감보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희망고문만 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토지주택공시(LH) 신도시 투기 의혹 사태로 토지보상 절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사전청약을 우선 시행하는 것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 접근성이 양호한 하남 교산의 경우 전용 84㎡ 분양가는 8억~10억원 선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인근 '하남 유니온시티 에일린의 뜰' 같은 평형대 시세는 현재 9억9000만~12억원 수준이다.
남양주 왕숙 역시 인접한 다산신도시 시세를 감안하면 10억원을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산신도시 일원 '다산 펜테리움 리버 테라스' 전용 84㎡ 시세는 8억8000만~13억원 선이다. 일반분양분의 경우 중도금 대출 한도가 40%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전용 84㎡ 분양가가 8억원이라면 적어도 4억8000만원의 현금이 필요한 셈이다.
사전청약 시 분양가는 대략적인 수준이어서 정부 계획대로 차질없이 1~2년 뒤 본청약을 진행하더라도 실제 분양가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사전청약에 당첨되면 본청약 시점까지 무주택요건을 충족해야 입주권을 받을 수 있어 분양가 부담을 떠안고 자칫 몇 년씩 전세살이를 계속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정부는 목돈 마련이 어려운 신혼부부에게는 신혼희망타운에 한해 주택담보대출(LTV) 최대 70%, 연 1.3% 고정금리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전용 금융상품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해당 상품을 이용해 당장 분양가 부담을 덜더라도 향후 집을 매도하는 시점에 발생하는 시세차익은 정부와 나눠야 한다. 대출 규모나 자녀 수 등에 따라 최대 50%까지 정부가 환수하는 구조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짧아야 5~6년 이후에 입주할 집을 사전청약한다는 건 실효성을 둘러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라며 "특히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공급 가구수는 그대로 두고 청약할 수 있는 범위는 넓혀 '로또 청약'을 부추기고 대출 규제를 유지하면서 있는 자만이 청약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집이라는 게 거주 개념과 동시에 재산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몇 년씩 대출금을 갚아서 마련한 내 재산을 정부와 나누자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냐"라며 "정부에서는 공급 시그널을 주겠다는 의지로 로드맵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제도적인 개선이나 국민 정서를 반영하지 않아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