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잔잔고 비중 종목, 공매도와 직접 영향은 미미
기관의 연간 순매수 증가 종목이 공매도 영향권
내달 3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허용되면서 대차잔고가 급증한 종목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차잔고가 증가하면 공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최근 대차잔고 증가율이 급증한 종목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3월 26일~4월 27일) 코스피200 지수에서 대차잔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삼성전자(1967만382주), 카카오(991만96주), 두산중공업(715만9114주), LG유플러스(620만8216주) 순으로 나타났다. 코스닥150지수에서는 같은 기간 에이치엘비(575만7641주), 에이치엘비생명과학(285만6485주), 씨젠(245만6999주), 고영(226만6012주) 등이 상위권을 점했다.
시가총액 대비 대차잔고 상위 종목으로는 코스피200지수에서 DL이 13.5%로 가장 높다. 이어 CJ CGV, 호텔신라(10.1%), LG디스플레이(9.5%), 롯데관광개발(8.3%), 두산인프라코어(7.5%), 셀트리온(7.3%), GS리테일(6.7%), HMM(5.6%), 삼성중공업(5%) 순으로 나타났다.
코스닥150 지수에서는 케이엠더블유가 14.7%로 가장 높고 씨젠(12.4%), 에이치엘비(12%), 이지홀딩스(8.6%), 메디톡스(7.9%), 안트로젠(7.7%), 메디포스트(7.6%), 다원시스(7.5%)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대차잔고 비중으로만 보면 공매도 가능성이 클 수 있지만 기관 수급 영향이 공매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통상 대차잔고는 매년 연말 배당락일 전후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최근 증가세가 연말 감소 직전 수준에 그쳤고, 대차잔고 데이터 역시 중복된 집계로 인해 과대 계상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공매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주목하는 부분은 기관 수급에 따른 영향인데 경험적으로 공매도는 기관 수매수 강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KRX300종목군의 종목별 기관 1년 순매수 강도와 공매도의 월간 시계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관의 1년 순매수가 많은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늘어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코스피의 공매도 거래대금에서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30~50%까지 높아진 것도 주목할만한 이슈라는 지적이다.
공매도 재개 이후 6~12개월의 기간 동안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은 각각 6조5000억원, 2조원의 공매도 잔고가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한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매도 잔고금액은 정상화 기간을 거치며 공매도가 활발한 2018~2020년 초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공매도 재개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장규모에 대비한 공매도 규모와 업틱룰 등의 제도적 장치를 고려하면 공매도가 주가를 주도하기보다 시장 상승 시기에 공매도 수요가 유입되고 하락시기에 공매도 상환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구조 탓이다.
배 연구원은 "이 때문에 공매도 재개가 주가 하락의 트리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