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당대표들, 특정 후보 물밑 지원설 불거져
재보선 승리 이후 '도로한국당' 논란에 불 붙어
당 안팎 우려…"당의 본질 바뀌지 않았다는 것"
"대선에서 긴장감 늦추는 정당일 수록 패배해"
내년 3·9 대선까지 국민의힘 원내사령탑을 맡을 원내대표 경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정작 당 암흑기의 한 가운데 있었던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어 '도로한국당'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복수의 국민의힘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당의 핵심 요직을 맡았던 주요 인사들이 최근 현역 의원들을 향해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특정 후보의 지지를 당부하는 취지의 연락을 해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이 의원 등이 PK 출신 김기현 의원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측이 권성동 의원을 물밑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바른정당부터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을 거치며 국민의힘에 오기까지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해와 대표적인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유의동 의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당 밖 인사들의 대리전'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출마 당사자들도 이 같은 시선에 선을 그으며 촉각을 바짝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경선에 출마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원내대표 경선 이후 자신들의 향후 입지와 행보를 고려해 일부 의원들에게 특정 후보 지지를 부탁한 것 같은데, 출마자가 이들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의 불필요한 행동에 괜한 논란이 확대재생산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역 의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한 때 당의 좌장 역할을 했던 인사로서 이 정도 수준의 지지 호소는 있을 수 있다는 반응과 과거의 강경 보수 이미지를 아직 탈피하지 못한 이들의 과도한 개입이 당의 쇄신 동력을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의 반응으로 나뉜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당을 떠나있지만 자신의 세력이 일부 잔존해 있기도 하고, 그런 차원에서 조언을 주고 싶어 자연스럽게 행동에 나선 것으로 이해한다"며 "어차피 선택은 투표권이 있는 의원들이 경선 현장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당 밖의 인사가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해서 그다지 흔들릴 의원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 재선 의원은 "이들이 돌아오는 게 국민들 눈에 '개선장군'처럼 비춰질지, '패장의 귀환'으로 비춰질지 여부를 생각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오는 것 아닌가"라며 "실패로 점철됐던 과거에서 이제 막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상황에 왜 막후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원내대표 경선과 당대표 선출을 넘어 대권을 준비해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올드보이'들의 정계복귀로 인한 '도로한국당' 논란은 하루 빨리 해결하고 나가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실제 중도층의 표심을 사로잡아 4·7 재보궐선거에서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수준의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 속 정당 지지율이 휘청거리고 있는 탓이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이날 YTN '뉴스앤이슈'에 출연해 "안 그래도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 이후 'TK 자민련'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TK 쪽으로 많이 협소화돼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당의 현실을 그나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어하는 역할을 했는데 그 제어기능이 사라지고 나니 완전히 TK 일변도로 흘러가는 그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도 "당이 뭔가 바뀌는 줄 알았더니 원래 그 당의 본질은 하나도 안 바뀌었다는 걸 지금 확인하고 있다"며 "대선에서 긴장감을 늦추는 정당일수록 패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걸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