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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를 기회로...파운드리 놓고 펼쳐지는 글로벌 경쟁


입력 2021.05.19 06:00 수정 2021.05.19 10:14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SK하이닉스 M&A 추진에 DB하이텍 증설 가능성 제기...향후 행보 주목

삼성전자·인텔·TSMC 투자 이어 파운드리 수요 확보 경쟁 다각화 전망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전경.ⓒSK하이닉스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의 중요성이 부상하면서 업체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생산캐파(능력) 확보를 위한 공장 건설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 등 나름의 방식대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력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인텔·TSMC 등에 이어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역량 강화에 나서는 가운데 DB하이텍의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키파운드리(구 매그나칩 파운드리부문) 인수 방안을 확정 짓고 인수한 투자사측에 협상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파운드리는 지난 2004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메모리 부문을 분리한 매그나칩반도체에서 지난해 9월 파운드리만 별도로 떼어내 독립법인으로 설립된 회사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지난해 3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와 그래비티프라이빗에쿼티가 공통 투자자(GP)로 조성한 펀드(매그너스 PEF)가 5100억원에 인수했다. SK하이닉스는 당시 이 매그너스PEF에 약 2073억원(49.8%)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키파운드리 인수에 일부 참여했다.


SK하이닉스는 새마을금고와 사모펀드가 보유한 나머지 지분 전부를 완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분 인수에 최소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이번 행보를 두고 파운드리 역량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키파운드리는 8인치(200㎜)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기반으로 1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상 공정을 통해 시스템반도체를 생산, 팹리스(Fabless·설계전문) 기업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13일 정부의 ‘K-반도체 전략’ 발표에 맞춰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천명한 바 있다. 그는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국내 설비 증설과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을 전개해 왔는데 키파운드리 인수로 파운드리 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전략적 계산이다.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장비 도입과 고객 확보 등을 통한 증설이 필요한데 M&A는 이러한 과정을 단축시켜 빠르게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경기도 부천 DB하이텍 공장 전경.ⓒDB하이텍

국내 유일의 순수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의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이 회사는 키파운드리와 마찬가지로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지난 2019년부터 가동률이 100%를 유지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력반도체와 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되며 2년 연속 최대 실적(2020년 매출 9359억원·영업이익 2373억원)을 경신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주요 제품 전반에 대해 파운드리 수요가 지속되면서 최근 발표된 1분기 실적도 매출 2437억원과 영업이익 606억원으로 호조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회사가 8인치 파운드리 증설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DB하이텍의 생산능력은 웨이퍼 투입량 기준으로 월 13만장 수준이다. 증설을 통해 실적 증가뿐만 아니라 글로벌 10위권인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에서 시작된 반도체 공급난이 전력반도체(PMIC)·상보성금속산화반도체 이미지센서(CIS)·DDI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등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운드리 수요 강세 지속 여부와 소요 시간 등의 문제로 증설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증설을 위해서는 장비 확보와 생산라인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양산까지 최소 2년여가 소요되는데 이때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뀌어있을지는 알수 없다.


여기에 파운드리의 메인 웨이퍼가 12인치로 넘어간 상황이어서 8인치 장비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8인치는 1990년대 주력 웨이퍼였지만 이제는 2000년대 들어 등장한 12인치에 메인 자리를 내주고 비중도 상대적으로 작아진 상황이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수요 증가뿐만 아니라 이러한 공급 비중 감소도 작용한 결과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의 중심에는 대표 제품인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이 있는데 대부분 8인치 웨이퍼에서 생산되고 있다.


또 8인치는 12인치에 비해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 투자 대비 이익도 크지 않을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웨이퍼 크기가 클수록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생산성 면에서 앞선 12인치가 8인치에 비해 수익성면에서도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수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어 공급업체들간 행보도 빨라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인텔·TSMC 등 빅3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전망을 방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8인치와 12인치 웨이퍼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 서로 조금 다른 만큼 주력 제품들에 따라 업체들간 경쟁이 다각적으로 이뤄지는 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파운드리 수요 강세가 단기간 내 사라지기는 어려운 만큼 이를 기회로 삼으려는 업체들간 경쟁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칩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까지 업계 전반에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삼성전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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