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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ICK] 차지연의 ‘카리스마’는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


입력 2021.05.20 14:48 수정 2021.05.20 15:2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브라운관 데뷔작 '모범택시'서 지하금융계 대모 연기

ⓒSBS

자신의 담배를 빼앗긴 백성미가 말했다. “아가, 귀엽게 봐주는 거 딱 여기까지야. 한 번만 더 우리 애들이랑 내 물건에 손댔다가는 손모가지 평생 못 쓰게 될 줄 알아. 너 말고 너랑 엮여 있는 택시 회사 인간들 전부, 못 믿겠어? 그럼 다시 한번 손대 보든가” 김도기는 백성미의 담배를 다시 뺏는다. 벌떡 일어나 김도기를 쳐다보는 백성미, 아니 차지연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심장을 순식간에 쫄깃하게 만들었다. 대체 불가능. 이 한 장면은 차지연의 존재감을 다시 느끼게 했다.


도드라진 광대, 깊으면서도 날이 선 눈빛, 큰 키에 과감한 의상. 외적 카리스마는 물론 묵직하게 내뱉는 탄탄한 대사까지. 배우 차지연이 보여주는 카리스마는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 그의 흡인력 강한 연기는 뮤지컬·연극 무대를 넘어 방송이라는 무대까지 장악하면서 영역 없는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차지연은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서 지하금융계의 대모 백성미를 연기하고 있다. 거구의 사내를 늘 주변에 거느리고 다니면서도 그에게서 풍기는 카리스마는 주변 남자들 못지않게, 아니 더 강력하게 시청자를 압도한다.


‘모범택시’의 오프닝 타이틀 속 차지연의 이름은 ‘그리고 차지연’으로 표기된다. 이는 극에서 차지하는 존재감과 중요도가 주연 못지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극 초반 차지연의 분량은 그리 크지 않았다. ‘무지개 다크히어로즈’의 사적 복수를 돕는 조력자이자 신스틸러 역할에 충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지연이 보여준 영향력은 엄청났다.


적은 분량임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던 차지연인데, 후반부에서는 최종 빌런임이 밝혀진 순간의 임팩트는 시청자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무지개 다크히어로즈’를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속이고 사설 감옥에 수감돼있던 죄수들을 빼돌린 뒤 조소를 터뜨린 엔딩은 그야 말로 압권이었다.


차지연이 연기하는 대모는 ‘무지개 다크히어로즈’가 추구하는 사적 정의 구현의 그림자와도 같다. 대모의 등판은 ‘공적 정의가 피해자들의 아픔에 얼마나 공감하는가’에 질문을 던진 ‘모범택시’ 전반부의 문제의식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적 복수가 옳은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확장시켰다.


ⓒSBS

‘모범택시’를 통해 보여준 차지연의 연기적 카리스마는, 이미 무대를 통해 여러 차례 봐왔다. 그는 ‘아이다’의 아이다, ‘서편제’의 송화, ‘잃어버린 얼굴 1895’의 명성황후, ‘카르멘’의 카르멘, ‘드림걸즈’의 에피,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그리드, ‘데빌’의 그레첸, ‘위키드’의 엘파바, ‘마타하리’의 마타하리, ‘호프’의 호프 등 주체적으로 운명을 개척하려는 캐릭터들을 연기하면서 강렬한 카리스마의 대명사로 읽혀왔다.


특히 남녀 성별을 반전하는 젠더 프리 캐스팅 문화는 차지연이 판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데우스’와 ‘더 데빌’ ‘광화문 연가’ 등에서 젠더프리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랐고, 지난해 2월 뮤지컬 콘서트 ‘스테이지 콘서트 Vol.2-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도 차지연은 남성 캐릭터 유다를 맡아 호연했다. 7월 공연을 앞둔 ‘광화문 연가’에서도 또 한 번 젠더프리 캐스팅됐다.


2006년 뮤지컬 ‘라이온킹’을 시작으로 올해 데뷔 15주년이 된 차지연이 ‘국내 뮤지컬 정상’을 지키고 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아무리 내공이 깊은 뮤지컬 배우라 할지라도 카메라 앞에선 무대와는 또 다른 정교함이 필요하다. ‘무대뿐만 아니라 브라운관에서도 믿음을 주는 배우’ ‘차지연을 선택한 이유가 있겠지’라는 말을 듣고 싶다던 차지연은 ‘모범택시’를 통해 원하던 반응을 얻어내면서, 15년 연기 내공은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걸 입증해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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