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콘텐츠 사용료' 갈등...'선공급 후계약' 해결 언제쯤

"가치 저평가" vs "인상률 비상식적" 콘텐츠료 갈등 반복

'선공급 후계약' 관행 갈등 원인...선계약 목소리 커져

LG유플러스 모델들이 지난 2018년 11월 넷플릭스와의 IPTV 단독 파트너십 계약 체결 소식을 알리고 있다.ⓒLG유플러스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둘러싼 유료방송업계와 콘텐츠 제공업자 간의 갈등이 첨예하다. 매년 인상률과 가격 책정 등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하다가 격화되고 있다.

이에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선공급 후계약’ 관행에 대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등 인터넷TV(IPTV) 3사는 지난 20일 CJ ENM을 겨냥해 ▲콘텐츠 사용료 25% 인상률 ▲KT 시즌, LGU+ 모바일TV 등 콘텐츠 대가 ▲신규 IPTV 단말기 패드(PAD) TV 콘텐츠 공급 불가 통보 등이 ‘불공정한 거래행위’라고 주장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와관련 CJ ENM은 IPTV 3사가 고객에게 받은 채널수신료 매출과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 중 불과 16.7%만을 콘텐츠 공급자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모바일 IPTV는 온라인동영상(OTT) 서비스로 간주되므로 콘텐츠 제값받기가 필요하고 패드 TV에 콘텐츠 공급 불가 통보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 콘텐츠 사용료 갈등, 왜 매년 반복될까

CJ ENM(왼쪽)과 JTBC 로고.ⓒ각 사

콘텐츠 사용료는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 IPTV 사업자가 방송 프로그램의 방영횟수, 시청자수,관련 매출액 등의 기준에 따라 PP 등에게 프로그램의 사용료를 지급하는 계약의 경우, 계약조건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의 방영 시 지급한 금액을 의미한다.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업자(SO)와 PP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년 하반기가 다가오면 당해연도 프로그램 사용료 계약을 두고 분쟁을 벌인다. 심한 경우에는 PP가 ‘블랙 아웃(프로그램 송출 중단) 카드를 꺼내들면서 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도 CJ ENM은 케이블TV ‘딜라이브’와 ‘2020년도 프로그램 사용료 20% 인상안’을 두고 분쟁을 벌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재위원회를 개최하면서 지난해 9월 일단락됐다.

이같은 갈등에는 PP가 SO에게 콘텐츠를 먼저 공급하고 하반기가 지나서야 계약을 맺는 ‘선공급 후계약’ 관행이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관행은 지난 2013년 종편과 플랫폼사가 프로그램 사용료 계약을 처음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연된 것이 계기가 돼 8년 넘게 자리 잡고 있다.

실제 당해연도 프로그램 사용료를 해가 넘겨서야 프로그램 사용료를 체결하는 경우도 있었다. 앞서 LG유플러스와 CJ ENM은 2019년도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계약 체결을 두고 분쟁을 벌이다가 지난해 1월에서야 마무리했다.

PP업계 관계자는 ”당해년도 콘텐츠 가격을 그 해가 다 지나고 연말이 되서야 협상하는 기이한 구조“라며”PP 입장에서는 이미 상품을 모두 공급한 터라 가격 협상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사로부터 정당한 프로그램 사용료도 지급 받지 못 하고, 공급계약 중단도 하지 못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선공급 후계약’ 금지법 발의했지만 '보류'

매년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이 반복되자 정부와 국회에서는 ‘선공급 후계약’을 법으로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에 이어 지난 4월 국민의 힘 정희용 의원은 ‘선공급 후계약’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일부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하지만 협상력이 낮은 중소 PP의 경우 ‘선공급-후계약’ 채널 계약 관행이 없어지면 선계약 조차 하지 못해 유료방송서비스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보류됐다. 사업자들의 이해가 상충하면서 시장 개입에 있어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IPTV사 등 SO들도 선공급 후계약이 관행이 금지될 경우 대형 PP들 위주로 프로그램 사용료를 인상하게 되므로 중소 PP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보류 소식에 PP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중소 PP들에게 피해가 우려된다면 전체 프로그램 사용료 예산을 올리면 될 뿐 대형 PP들이 중소 PP의 기회를 뺏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내 콘텐츠 시장 성장세..."투자 확대 위해 선계약은 필수적"

CJ ENM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이미지.ⓒCJ ENM

이같은 선계약 후공급 관행 금지 움직임은 최근 국내 콘텐츠 시장의 성장세와 맞닿아 있다. 드라마·영화·예능 등 K-콘텐츠의 국내외 인기가 갈수록 커지고 콘텐츠 투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과거 콘텐츠 사용료 협상에 있어 열위에 있었던 PP들의 협상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PP업계는 콘텐츠 파워가 생긴 만큼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더 많은 프로그램사용료를 요구하고 이를 다시 콘텐츠 제작에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CJ ENM과 JTBC는 합작해 자사 OTT 티빙 콘텐츠 제작 등에 올해부터 3년간 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OTT 웨이브는 채널A·TV조선·MBN 등 종편 PP들과 함께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박웅기 숭실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그동안 선공급 후계약은 우리나라에서 관행으로 굳혀진 부분이 있는데 콘텐츠 선진국이 되어가고 있는 만큼 모든 사업과 마찬가지로 ‘선계약’을 하는 게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 수익을 예측할 수 있다”며“또 최근 콘텐츠 성장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보다는 PP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