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 대통령 서거 추도식 사진 매년 직접 촬영
"노 전 대통령 지켜드리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
최근 송영길 대표가 '스카웃'…"열심히 도울 것"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이 열린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다.
'추도식 현장'의 모습을 담기 위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보좌관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로 이름을 날렸던 장철영 보좌관이었다. 그는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로 일하다, 2003년 10월 청와대 비서실 전속 사진사로 발탁됐다. 장 보좌관은 문재인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 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 공보영상팀장으로 활약하며 당선에 기여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2년 간 청와대 행정관(전속 팀장)으로 지냈다.
이날 장 보좌관이 찍은 수 백 여장의 사진 중 추려진 몇 십장의 사진은 취재진에게 제공됐다. 그가 찍은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짙은 그리움과 연륜이 묻어났다.
장 보좌관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매년 네 번씩은 무조건 봉하마을을 찾아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생신날(9월 1일), 노 전 대통령 서거일(5월 23일), 권양숙 여사 생신날(2월 2일), 연말(12월 31일). 그에게 물었다. 이렇게 사진을 찍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노 전 대통령을 지켜드리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 몸이 허락할 때까지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사진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곁에서 셔터를 눌러본 사람으로서 두 전·현직 대통령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사람이 다른데 스타일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나중에 말해주겠다"며 껄껄 웃었다.
그는 최근 송영길 민주당 대표로부터 '스카웃' 당했다. 5·2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때 송 대표의 당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입된 것으로 보인다. 직전엔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수석보좌관으로 있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친문(친문재인) 분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송 대표가 '친노(친노무현) 상징성'이 짙은 장 보좌관을 스카웃한 게 심상치 않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작년 4·15 총선 때까지만 하더라도 '문재인 마케팅'이 뜨거웠지만, 최근 여권의 대권주자들은 앞 다퉈 '노무현 정신 계승'을 외치고 있다. 물론 송 대표가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는 않지만,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만큼, 국민적 호불호가 크지 않은 '노무현 정신'에 방점을 찍고 당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의지가 '살짝' 발현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송 대표는 이날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 참석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반대 방향에서 낡은 좌파 패러다임과 맞선 노 대통령의 모습을 생각해본다"며 "잠시 오해를 받더라도 국민을 위해 누구보다 원칙에 충실했고 미래를 위한 결단을 보여주신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하고 때론 비판에 편승했던 부끄러움을 반성한다"고 했다. 최근 당내에서 민생과 검찰개혁 문제 등의 우선순위를 놓고 송 대표 및 비주류-친문 인사들 사이에서 엇박자가 노출되고 있지만, 송 대표는 '민생 우선' 기조 및 당 쇄신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장 보좌관은 "문재인 정부를 지키고 '4기 민주 정부'를 만들어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송 대표를 옆에서 열심히 돕겠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대통령님, 저 잘하고 있죠?"